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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이상언의 '더 모닝'] 정치 지도자의 욕설, 정말 난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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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의 대선 캠프 사무실에서 2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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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대선 주자의 거친 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1821∼1867)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말을 잃었습니다. 45세에 뇌경색에 의해 오른쪽 팔ㆍ다리 마비 증상과 함께 언어 장애가 생겼습니다. 5개월 동안 투병 생활을 하다가 이듬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수도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실어증에 걸렸으면서도 수녀들에게 딱 한 마디의 욕설을 해댔습니다. "crénom!" 우리 말로 번역하면 ‘제기랄’쯤 됩니다. 하도 욕을 해서 수녀들이 그를 피해 다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고로 뇌를 다친 사람이 전과 달리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사례가 꽤 있다고 합니다. 치매 중에서 전두측두엽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쉽게 화를 내고 욕설을 한다고 합니다. 서울시 광역치매센터 홈페이지에는 부모가 부쩍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하면 치매 진단을 받도록 하라는 권고사항이 적혀 있습니다.

의학은 욕설과 관련된 뇌의 부위와 일반 언어 구사와 관련된 뇌의 부위가 달라서 이런 일이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언어를 관장하는 부분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욕설의 욕구를 통제하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안 그러던 사람도 욕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술에 취하면 입이 험해지는 사람이 많은 것도 같은 이치로 풀이가 됩니다.

욕을 하게 하는 뇌의 부위(반연계)는 원초적인 반응과 관련된 곳입니다. 욕설은 위험으로부터의 자기 보호, 억압에 대한 저항, 욕구가 좌절됐을 때의 분노 표출 등과 연관된 본능으로 설명됩니다. 나라와 지역을 막론하고 배설물, 근친상간, 성기 등 평소에 언급이 금기시되는 것이 욕설에 담깁니다. 억압에 대한 저항을 드러내거나 분노를 안긴 상대를 모욕하기에 딱 좋은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욕설을 자주 하는 사람은 욕구 좌절 경험이 많거나 억압적 환경에 오래 놓였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욕설의 ‘긍정적’ 기능에 대한 연구도 많이 있습니다. 리처드 스티븐슨이라는 심리학자는 얼음물에 손을 넣고 버티며 욕을 하도록 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계속 욕을 하면서 버티면 입을 다물고 버틸 때보다 약 50% 손을 넣고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욕설에 고통을 견디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평소에 얌전하던 임산부가 분만실에서 욕을 하는 것도 고통에 대한 본능적 반응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참지 말고 욕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욕설을 장려해야 할까요? 그러기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EBS가 만든 교육 동영상 ‘욕해도 될까요?’에는 욕설이 ‘감정의 뇌’를 자극해 ‘이성의 뇌’가 제대로 활동하는 것을 막는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욕설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 논리적 사고력에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감정적 대응이 앞서고 고차원적 사고를 피하게 된다는 겁니다.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욕설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심한 욕을 한 게 녹음파일에 담겨 돌아다니니 이 지사가 난감할 것 같습니다. 듣는 사람도 난감합니다. 몇 차례 잘못을 시인하며 고개를 숙였어도 덮이지가 않습니다. 경쟁 후보 측에서 그냥 두지를 않습니다. 대선 경쟁 국면에서 피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 같습니다. 국민이 이해하고 수긍할 만한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제 중앙일보가 이 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욕설이나 사생활 관련 질문은 없었습니다. 인터뷰한 기자에게 물어보니 “지금까지 한 해명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돼 정책과 비전 중심으로 질문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지사는 이 인터뷰에서 “이낙연 전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한 기자의 바람과 달리 선거는 계속 정책과 비전을 비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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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이재명 “이낙연,盧탄핵 찬성했을 것…윤영찬도 기사써"

여권 지지율 1위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22일 “향후 5년간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공정성, 국민들이 도전할 수 있는 성장성을 대한민국에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의 경기도 중앙협력본부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다.

‘공정’과 ‘성장’을 자신의 대표 화두로 제시한 이 지사는 “대한민국이 성장사회로 복귀해야 한다”며 “성장하지 않으면 공정해 질 수 없다.성장해야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도전하게 된다”고 핵심 정책 기조로 ‘성장론’을 특히 강조했다.

이 지사는 “정치인은 안보·질서를 튼튼히 유지하는 게 기본이고, 그 위에 민생을 책임져야 한다”며 “그 민생의 핵심은 먹고 사는 문제”라고도 했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 도망 온 인민군 장교가 ‘왜 이렇게 동네가 편안하고 (이장) 노인의 인기가 좋냐’고 물으니 ‘많이 먹여야지’란 답변이 나오지 않았느냐”며 “성장회복이 가장 핵심 과제”라고 했다.

‘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지사는 “지금 같은 혁명적 전환의 시대에는 좌고우면 안정형 리더십보다는, 저처럼 흙 묻은 옷으로 작업복 입고 신속하게 빠르게 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내 경쟁 구도에서 자신의 강점에 대해선 “신뢰·실적·유능함의 세가지 측면, 또 진짜 현실적으로 이기는 카드가 무엇이냐를 봤을 때 제일 중요한 건 확장력”이라며 “전국에서 골고루 득표를 받을 수 있는 후보, 그것도 좀 많이 받을 수 있는 게 저라는 생각이 딱 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이 지사는 “저는 질문을 피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모든 국민의 대답에 답해야 한다”거나 “저도 우아하고 추상적이면서 면피할 수 있는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표현을 몰라서 안 하겠냐. 누구처럼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하면 위험은 적어지겠지만, 저는 제 모든 것을 보여주고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 한다”며 최근 자신을 거세게 추격하는 이낙연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특히 이 지사는 인터뷰에서 최근 이 전 대표와의 사이에 가장 큰 갈등 소재가 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문제와 관련해 “제가 봤을 땐 (이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1일 KBS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 탄핵에)반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지사는 인터뷰에서 “(현재 이낙연 캠프 소속인) 윤영찬 당시 (동아일보)기자가 쓴 기사에도 ‘이낙연 의원은 탄핵 찬성으로 선회했다’고 나온다”며 “기사뿐만 아니라 당시 이 전 대표가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판 발언을 많이 했고, 본인이 탄핵을 관철하기 위해 몸싸움 행동에도 실제 투입이 됐다”고 말했다. “무기명 투표를 하고 지금 와서 반대했다고 그러는 자체도 문제고, 만약 앞에서 찬성해 밀어붙이고 뒤로는 반대하면 그것도 이중적”이라고 주장했다.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이 지사는 “현실적으론 (북·미가) 단계적 동시 행동을 해야 하고, 스냅백(합의 위반 시 제재 복원) 방식을 차용해야 한다”며 “북한이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최종 목표가 체제 안정인 만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선 “지금의 문제는 일본이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우익 정권의 문제라고 본다”며 "역사문제와, 정치ㆍ사회ㆍ경제의 문제를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또 “일본이 독도를 자꾸 문제 삼는 것은 언젠가 대륙으로 진출할 때 인계철선으로 삼기 위한 것이 아니겠나”라며 “군사적으로 북한도 중요한 상대이긴 한데 일본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지사는 자신의 대표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이 갈팡질팡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내부 토론 과정을 통해 의견수렴이 됐고, 야당의 지적도 수용해 실현 가능한 안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인터뷰에 앞서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차기 정부 임기 내 청년에게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예산을 ▶재정구조 개혁 ▶현행 조세감면분 순차 축소 ▶토지세·탄소세 신설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재원 조달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이상언 기자 lee.sang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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