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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대치 지속…“합의 못 이루면 오후~밤 철거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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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철거 공문 갖고 찾았으나 면담 거부…유족 등 50여명 모여 회의

유족 “이전장소 등 논의 원하지만 서울시 측서 이전 자체 거부”

市 “재설치 전제 협상은 하기 어려워…철거도 미룰 계획 없어”

헤럴드경제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위해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를 예고한 26일 오전, 세월호 기억공간 입구에서 서울시 김혁 총무과장(왼쪽)이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에게 철거와 관련한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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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김영철 수습기자]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로 인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가 임박한 가운데 세월호 유족, 시민단체와 서울시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유족들은 광화문광장에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주장하는 반면 서울시는 유족과 협의를 이어 가겠지만 철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26일 오전 10시 현재 시민단체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와 유족단체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관계자 등 약 50명이 세월호 기억공간 내부에서 대기하고 있다. 4·16연대에 따르면 이 중 20여명은 23일부터 자리를 지키며 철거 반대 1인 집회 등을 이어 왔고, 유족 27명은 이날 오전 9시10분께 세월호 기억공간을 찾아왔다.

이들은 서울시에 기억공간 보존 관련 논의를 위한 협의체 등을 구성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4·16연대 관계자는 “유족들은 어디로 이전할지에 대해 서울시와 논의하기를 원하지만 서울시에서 이전 자체를 거부해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기억공간의 물품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요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4·16연대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광화문 내에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 없이 무조건 철거를 주장해 대화가 잘 안 되는 상황이라 기억공간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7시20분께 철거 관련 전시물을 이관하고 반출되기를 협조 요청하는 공문을 들고 방문했으나 유족 측에서 면담을 거부하며 만남이 결렬됐다.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기억공간이 만들어질 때부터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예정됐다”며 “재설치 전제 협상은 이뤄질 수 없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유족들과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겠지만 이날 이후로 철거를 미룰 계획은 없다”며 “합의를 못 이루면 오후나 늦어도 밤께는 철거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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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9시10분께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에 반대하는 유족 27명이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김영철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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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과 4·16연대 관계자 등은 이날 기억공간 내부에서 회의를 이어 가고 있다. 일부 4·16연대 관계자는 기억공간 앞측 벽부터 출입로까지 10m 가량 둘러진 파란색 펜스 안쪽에서 기억공간 철거를 중단하라는 팻말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강제 철거나 몸싸움 등 없이 대치하는 상황이 주말부터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23일 한 차례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23일 오후 기억공간의 물품을 정리하기 위해 직원들을 보냈으나 유족들이 현장에 먼저 도착해 1시간 넘는 대치 끝에 정리 작업이 무산됐다.

이날 오전 7시께부터 기억공간 인근에 보수 유튜버와 취재진 등이 몰려들었다. 일부 유튜버는 “흉물스러운 철막을 걷어 내라”, “안산으로 옮기라”며 고성을 지르고 광화문광장 내로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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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철거를 예고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공간 모습. 시민단체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관계자들이 철거 반대를 주장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김영철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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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시민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20대 김모 씨는 “출근길인데 시끄러워서 지나가는 길에 자연스레 광장 쪽을 쳐다보게 됐다”며 “ 유족 측도 서울시 측도 둘 다 이해되는데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전모(55) 씨는 “마음은 십분 이해하고 안타깝지만 서울 시민들의 공용 공간에서 공사를 방해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안산으로 추모 공간을 옮기면 되는데 왜 자꾸 철거하지 못하게 막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시와 4·16연대에 따르면 서울시는 5일 광화문 광장 재조성을 이유로 강제 철거 일정을 통보했다. 통보문에는 21~25일 사이 기억공간의 물품을 정리하고 26일부터 철거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시민단체들은 반대 성명을 이어가고 있다. 416연대에 따르면 세월호참사 단원고 생존학생들을 비롯해 각 지역 단체 등이 이날까지 28개의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참사 대응TF는 서울시의 기억공간 철거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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