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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카카오뱅크, '은행 앱 1위' VS '반쪽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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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편집자주] 카카오뱅크 상장은 단순히 한 인터넷은행의 상장이 아니다. '금융혁신'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금융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의 판단을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사상 최고금액인 2585조원이 몰렸을 만큼 기대감은 크다. 카카오뱅크의 현실을 지나치게 앞지른 것이라는 의견은 대세에 묻힌다.

[MT리포트] 카카오뱅크, 혁신과 현실 사이 ①

머니투데이

카카오뱅크 공모 개요/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3만9000원이 고평가냐 아니냐의 논란은 은행으로서 카뱅이 지닌 강점과 한계를 모두 보여준다. 경제활동 인구 절반 이상이 쓰는 은행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보느냐 혹은 아직 주택담보대출도 출시하지 않은 '반쪽 은행'으로 보느냐에 따라 시각은 극명하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둘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가 관건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일 IPO(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넘버원 리테일뱅크', '넘버원 금융플랫폼' 등 두 가지를 미래비전으로 내세웠다. 과거는 화려했다. 사업 개시 이후 4년 동안 여·수신은 연평균 64% 성장했다. 1년 반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이자·비이자 영업수익 역시 연평균 127%로 늘었다. 현재 금융 모바일 앱에서 MAU(월간 실사용자 수) 1위다. 앱 전체로 넓혀 봐도 14위다. 만 14~19세 인구의 39%를 끌어들였다. 50대 이상 사용자도 꾸준히 늘어 전체 이용자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도 15%로 높아졌다. 경제활동 인구의 57%에 해당하는 1615만명이 카카오뱅크 앱을 쓴다. 넘버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그러나 갈 길도 멀다. 카카오뱅크는 예금, 적금,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일부 업무만 가능하다. 기업금융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소매금융 면에서도 개척해야 할 분야가 많다. 이를 위해 연내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한다. 주택담보대출은 잔액 면에서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이지만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아 비대면 방식이 어려운 영역이다. 카카오뱅크는 100% 모바일 구현을 자신한다. 다만 한꺼번에 많은 양을 심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기존 금융권의 판단이다.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 대출에도 발을 들여 놓는다. 영업점 없이 중소기업, 대기업 등 기업대출 전반을 다루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 걸림돌이다. 시중은행은 '현장 영업'을 벌여 영업점 근처 기업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쓰는데 카카오뱅크는 이런 영업방식을 채택하기 힘들다.

외연을 확장해 플랫폼으로 가려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카카오뱅크는 지금까지 신용카드 발급, 증권사 주식계좌 연계 등으로 영토를 넓혀 왔다. 펀드, 보험, 자산관리(WM), 외환 등에도 뛰어든다. 은행업 라이센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추가해 가는 것이다. 홀로 감당할 수 없어 파트너사와 협업한다. 신용카드를 출시하면서 신한·삼성·KB·씨티·롯데 등 카드사와 손을 잡았고, 증권사 주식계좌 개설 서비스는 한국·NH· KB·하나 등의 증권사와 함께 했다.

카카오뱅크의 미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은 "성장 속도가 빨랐던 건 그만큼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했다는 의미"라며 "카카오뱅크는 '메기효과'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개인금융 시장의 지형을 바꿨다"고 호평했다. 기존 금융회사들의 시각은 '위협요인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기존 금융사가 가진 본연의 경쟁력을 잘 갈고 닦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걸로 요약된다.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는 여전히 금융기관이 많이 갖고 있고 은행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로도 가능하다"며 "플랫폼 측면에서는 기존 은행보다 우월하지만 금융의 본질을 생각했을 때 간편 송금, 간편 대출 등이 전부가 아니기에 기존 은행, 금융사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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