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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고래가 된 메기, 사실상 '카카오 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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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편집자주] 카카오뱅크 상장은 단순히 한 인터넷은행의 상장이 아니다. '금융혁신'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금융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의 판단을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사상 최고금액인 2585조원이 몰렸을 만큼 기대감은 크다. 카카오뱅크의 현실을 지나치게 앞지른 것이라는 의견은 대세에 묻힌다.

[MT리포트] 카카오뱅크, 혁신과 현실 사이 ②

머니투데이

4대 금융그룹과 맞먹는 카카오뱅크 시가총액/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카카오 금융 계열사들이 고래로 급성장하면서 사실상 '카카오 금융그룹'이 탄생했다. 카카오 금융그룹의 두 축은 코스피 시장에 차례로 입성하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다. 카카오페이는 자회사로 카카오증권을 두고 있고, 손해보험사 설립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각자도생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카카오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 '따로, 또 같이'의 시간이다. 카카오 금융 계열사들은 쇼핑, 모빌리티 등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와 결합되며 '카카오 생태계'를 더 두텁게 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일 IPO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인터넷은행에 그치지 않고 금융 플랫폼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페이는 증권에 이어 손해보험업에 도전장을 냈다. 이 과정에서 금융 계열사끼리는 물론 카카오 비금융 계열사와의 협업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넘버원 금융 플랫폼' 전략을 구체화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이를 '뱅킹, 비욘드 뱅킹'(banking, beyond banking)으로 표현했다. 카카오만의 플랫폼 경쟁력을 십분 활용해 기존 은행이 도전하기 어려웠던 뱅킹 커머스(상거래) 등으로 차별점을 드러낼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마트, 마켓컬리와 손잡고 '할인 쿠폰'을 주는 적금 상품을 선보여 인기를 모으기도 했는데 이처럼 금융과 e-커머스 등 비금융을 융합한 서비스를 늘리며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에 이어 상장하는 카카오페이는 '종합 핀테크'를 꿈꾼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시키며 영역 확장을 본격화한 카카오페이는 올해를 종합 금융 플랫폼의 원년으로 삼았다. 카카오페이는 비전을 '일상의 모든 금융활동을 카카오페이 하나로'라고 정했다. 여기에 방향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계획을 담은 증권신고서에서 "지난해까지 플랫폼 구축에 역점을 뒀다면 올해부터는 비전을 수행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디지털 손보사 출범도 준비 중이다. 핀테크가 주도해서 만든 첫 손보사다. 생활밀착형 소액 단기 보험, 개인 맞춤형 건강보험 등으로 시장에 발을 들인다.

이렇게 각자 금융 플랫폼, 종합 핀테크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양사의 협업 폭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하면서 카카오페이와 손을 잡았다. 금융 데이터뿐만 아니라 휴대폰 소액결제정보, 개인사업자 매출 데이터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페이 서비스에서 발생한 결제, 고객 행동 데이터 등을 넘겨받고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뱅크의 대출, 수신 데이터 등을 활용하게 된다. 카카오페이가 보험업에 진출하는 것과 더불어 카카오뱅크도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 판매)에 도전장을 낸 만큼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각자 커온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가 '카카오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낼 경우 금융시장에 대한 파괴력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윤 대표는 "그동안 두 플레이어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면서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며 "지금까지는 카카오의 큰 도움을 받지 않았지만 또다른 점프업을 위해 카카오 생태계 속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시너지는 경쟁사와 비교하기 어려운 계단식 성장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시장도 이를 기대하고 가격에 반영했다. 카카오뱅크 시가총액(공모가 기준)만 보더라도 18조5289억원으로 KB금융그룹(21조5388억원, 26일 종가 기준) 신한금융그룹(19조6050억원, 26일 종가 기준)에 이어 금융그룹 3위다.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17% 이상 오르면 단숨에 금융 대장주가 된다.

시장은 무엇보다 카카오 금융 계열사간 시너지와 플랫폼에 기반한 확장성에 주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는 금융지주의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며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는 각각 독자적으로 커왔기에 앞으로 카카오 시너지를 덧입히면 거센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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