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공사 끝나면 재설치 놓고 갈등 빚을 우려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한 여성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정리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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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는 문제를 두고 대치하던 서울시와 유족 측이 27일 건물 해체(解體)에 합의하면서, 일단 물리적 충돌은 피하게 됐다. 하지만 유족 측이 광장 조성공사를 마무리한 뒤 기억공간을 재조성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서울시와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들이 직접 기록물과 전시물을 정리해 시의회 본관에 임시 전시하고, 이후 건물 해체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화문광장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서울시의회 본관 1층 중앙 로비에는 이날 오후 세월호 사고 희생자 사진과 기억공간 내부 기록물 등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전시 기간은 우선 다음 달 9일까지로 정해졌다.
서울시는 유족 측 요청을 수용해 오는 28일 기억공간 건물을 해체할 계획이다. 건축물을 무너뜨려 없애는 철거(撤去)가 아니라, 일일이 분해해 구조물을 따로 보존하는 방식이다. 해체한 구조물은 경기 안산의 협의회 사무실 인근에 보관할 계획이다. 지난 2019년 4월 시 예산 약 2억원을 들여 설치한 기억공간은 개관 2년3개월 만에 광화문광장을 떠나게 된다.
향후 기억공간 활용 방안에 대해선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 유족 측은 이날도 “공사 이후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참사는 물론 광장에서 일어났던 민주주의 역사를 담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지 서울시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창근 서울시 대변인은 “서울시민 다수는 기억공간 재설치보다 광장의 온전한 기능 회복을 원한다”며 “광장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세월호 사고를 기릴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5일 세월호 사고를 기념하는 식수와 표지석 등을 광화문광장에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유족 측이 거절한 바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 정세균 전 총리, 이낙연 전 대표 등에 이어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도 “기억공간 존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현찬 시의원은 광화문광장에 전시관과 동상, 조형물 등 설치를 가능하게 하는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인호 시의장 등은 오는 29일 오세훈 시장을 만나 기억공간 존치 관련 중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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