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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로봇이 온다

“걷게 해주는 로봇 만들어줘요” 아들 말에 로봇 수트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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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아들 위해 로봇 개발

회사 직접 차려 수트 제작

“10년 후 휠체어 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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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크래프트 공동창업자 장 루이 콘스탄자가 9일 파리 본사에서 아들 오스카와 함께 로봇 수트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B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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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일어나.”

16살 소년 오스카 콘스탄자가 이렇게 말하니 그의 어깨와 가슴, 무릎과 발까지 단단히 조여맨 커다란 프레임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프레임의 도움으로 오스카가 다리를 들어올리더니 걷기 시작한다. 걸어갔다가 돌아올 수도 있다. 오스카는 “예전에는 내가 걷기 위해선 누군가 도와줘야만 했는데 이 로봇을 입으니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딘가를 가려면 늘 휠체어를 타야 했던 오스카를 걷도록 한 이 장치는 아버지 장-루이 콘스탄자가 공동 창업한 프랑스의 외골격(웨어러블ㆍwearable) 로봇 전문회사 원더크래프트가 만든 로봇 수트다. 장-루이는 이 회사의 최고 비즈니스 및 임상 책임자다. 지난 9일 프랑스 파리의 본사에서 장-루이가 아들 오스카와 함께 장애인을 걸을 수 있게 해주는 외골격 로봇을 시연했다고 BBC가 27일 소개했다.



“아빠, 걷게 해주는 로봇 만들어줘요”



장-루이가 원더크래프트를 창업해 외골격 로봇 개발에 나선 건 아들 오스카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가 어느 날 나에게 ‘아빠는 로봇 엔지니어니까 나 같은 사람도 걸을 수 있게 하는 로봇을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도 “원더크래프트 공동 창업자들에겐 휠체어와 관련한 가까운 이들의 히스토리가 각자 있다”면서 “나에게는 그 가까운 사람이 아들 오스카”라고 썼다.

10년 전 자전거 사고로 걸을 수 없게 된 케빈 피에트(33)도 원더크래프트의 일원이다. 그는 로봇 수트를 입고 주방에서 요리한 저녁 식사를 들고 거실로 걸어오는 모습을 선보였다. 한 손엔 리모컨을 든 케빈은 로이터에 “로봇 수트의 원리는 신체 원리와 매우 비슷하다”며 “뇌에서 머리로 신호를 보내는 대신 리모컨이 다리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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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피에트가 22일 원더크래프트의 로봇 수트를 입고 시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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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가 로봇의 도움으로 걸을 수 있게 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착용하기엔 아직 로봇이 무겁고 비싸기 때문이다. 원더크래프트가 개발한 이 로봇은 현재 프랑스와 룩셈부르크, 미국의 병원에 재활 훈련용으로 수십 대가 판매됐다. 가격은 개당 2억원이 넘는 17만6000달러. 원더크래프트의 다음 목표는 이보다 훨씬 가볍고 저렴한 개인용 로봇 수트를 개발하는 일이다.

외골격 로봇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본궤도에 오른 상태다. 각 회사가 개발 중인 외골격 로봇은 장애인 보행 보조기나 재활 치료, 작업 보조 등 착용 목적은 다르지만, 더 가볍고 저렴한 로봇 개발이라는 목표는 공통적이다.

이번 아들을 위해 개발한 로봇 수트로 장애인 보행 보조 로봇 개발 선두에 선 원더크래프트의 장-루이는 이렇게 자신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휠체어는 훨씬 (그 수가) 적어지거나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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