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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예단 없이 수사한다" 공수처, 조희연 기소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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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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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조 교육감을 전격 소환한 공수처가 조만간 기소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수처 특유의 수사방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드시 피의자 기소를 전제로 깔지 않는 이른바 '예단 없는 수사' 방식에 대해 법조계 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조 교육감 측 "검찰과 분위기 달라, 예단 갖지 않고 수사하는 것 같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부당 특별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 수사2부(김성문 부장검사)는 지난 27일 1호 사건 피의자인 조 교육감을 전격 소환 조사했다. 조 교육감은 2018년 6월 중등교사 특별채용 과정에서 담당 결재라인 공무원들(부교육감, 교육정책국장, 중등교육과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측근인 비서실장을 통해 해직교사 5명을 채용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을 불러 △공개채용의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5명을 위한 특채였고 △조 교육감이 특채를 밀어붙이겠다고 하면서 실무자들이 결재라인에서 빠졌으며 △조 교육감 비서실장이 심사위원 선정에 관여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 측은 △채용된 5명을 특정해 특채 공고를 낸 것이 아니고 △특채에 반대하는 실무자들은 스스로 결재라인에서 빠졌으며 △두 차례 법률자문을 통해 적법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조 교육감에 대한 소환조사는 여러 가지 장면에서 기존 검찰의 그것과 다른 점을 보여줬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의 소환조사를 미리 취재진에 통보했는데 이에 앞서 이같은 통보가 조 교육감과 사전 협의를 통해 이뤄졌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쯤 공수처에 출석한 조 교육감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저녁 7시 30분이라는 비교적 이른 시간에 공수처를 나섰다. 11시간이라는 조사시간이 결코 짧은 것은 아니었지만 조 교육감측이 혐의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양측의 지리한 공방이 충분히 예상되던 터였다.

조 교육감의 변호인인 이재화 변호사는 28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보통 검찰 특수부같은 경우 결론을 내려놓고 수사를 하는데 공수처는 아직까지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고 증거 수집을 다 한 이후 판단하겠다고 했다"며 "검찰과 달리 (수사과정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느꼈다"고 조사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 변호사는 "공수처가 혐의 내용을 특정하지 않은 것 같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예단 없는 수사, 현실에서 가능할까?

공수처가 설립 초기부터 검찰과 다른 수사방식을 천명해 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특히 검찰 수사와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공수처 수사는 대상이 누구이건 예단이나 선입견 없이 수사한 끝에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공소제기를 하고, 인정되기 어려우면 떳떳하게 불기소 결정을 하겠다"는 발언을 자주 했다. 기소로 결론을 내려놓고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거나 별건 수사를 하는 등 과거 검찰 특수부의 수사 관행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런 방식의 수사 필요성을 제기하며 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처장의 발언 자체가 수사기관이라는 공수처의 본령과 모순된다는 비판도 있어왔다. 수사기관이 사건을 입건하고 피내사자를 피의자로 전환하는 단계 자체가 어느 정도 범죄 성립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예단'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처장의 발언은 취지와는 상관없이 범죄 혐의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강제 수사를 할 수도 있다는 또다른 '인권침해'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결국 수사기관이 가장 효과적으로 인권을 보호하는 방법은 예단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예단'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피의자에 대한 인권보호가 중요하지만 공수처가 검찰과의 차별성에만 무게를 두다 자칫 충실해야할 수사 자체가 부실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소를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인권보호라는 원래 목적과는 달리 실체적 진실규명에 대한 검사의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공수처가 기소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진다. 공수처가 수사를 완료하고 사건을 반드시 검찰에 넘겨야 하기 때문에 기소와 불기소 모두 검찰 판단을 받아야 한다. 검찰이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할 경우 공수처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데 이를 두고 양 기관 사이 갈등이 다시 촉발될 수도 있다. 공수처가 넘긴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할 수 있는지를 놓고 양 기관이 해석상 협의를 한 적이 없어 갈등 재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상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예단을 갖지 않고 수사를 하는 것은 수사기관으로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지만, 기소나 불기소 어떤 결정이든 근거에 합당한 이유를 댈 수 있는 수사 결과가 나와야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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