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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절망 택하라”…北김여정, 한미훈련 앞 文정부 압박(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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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매체 통해 담화…통신선 복원 5일만

북측, 복원 계기 정상간 회담 확대해석 경솔

"南 결정 예의주시" 경고, 정부 고민 커질듯

전문가 "金담화, 남북진전 중단에 있다는 것"

남북 대화 연결 희박, 현실적 접근 필요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이달 중 예고한 한미연합훈련을 두고 “지금과 같은 중요한 반전의 시기에 남북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그러면서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며 우리 정부의 결단을 노골적으로 촉구했다.

이번 담화는 지난달 27일 단절된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지 5일 만에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압박하는 메시지 격으로, 남북관계 전환의 시기에 또다시 중대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남북 대화 국면을 조성해보려던 우리 정부는 사실상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김 부부장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며칠간 나는 남조선군과 미군과의 합동군사연습이 예정대로 강행될 수 있다는 기분 나쁜 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데일리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연합뉴스).


그는 “우리 정부와 군대는 남조선 측이 8월에 또다시 적대적인 전쟁연습을 벌려놓는가, 아니면 큰 용단을 내리겠는가에 대해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한미연합훈련 취소를 압박했다.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선 복원 이후 북한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던 상황에서 김 부부장이 한미훈련 취소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미연합훈련의 시행은 “신뢰 회복의 걸음을 다시 떼기 바라는 북남수뇌(남북정상)들의 의지를 심히 훼손시키고 북남(남북)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합동군사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이 없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북측 자신들의 요구가 축소나 연기가 아니라 한미연합훈련의 취소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또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두고선 “단절됐던 것을 물리적으로 다시 연결 시켜놓은 것뿐”이라면서 “그 이상의 의미를 달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4차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선 “지금 남조선 안팎에서는 나름대로 그 의미를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으며, 북남수뇌회담(남북 정상회담)문제까지 여론화하고 있던데 나는 때 이른 경솔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하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김 부부장은 지난 3월에도 상반기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남북 군사합의서 파기와 대남 대화·교류 업무 담당 기구 정리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군 당국은 “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 시기와 규모, 방식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훈련을 예정대로 치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코로나19 및 남북 통신선 복원 등 남북관계를 고려해 규모는 대폭 축소해 치러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계 개선을 바라는 통일부 측은 “훈련 연기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사실상 우리 정부에 공을 넘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은 사실상 우리 정부에 공을 넘기면서 상호신뢰와 화해를 도모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을 제대로 조성해보라는 의미로 읽힌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요구해왔던 근본적인 문제의 하나인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명확하게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동시에 김여정 부부장이 “남북관계 진전의 속도, 범위 등은 결국 한미군사훈련 중단에 달려 있음을 명확하게 제시한 것”이라면서 “또한번 남북관계 전환의 시기에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의 조율을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할 수는 있겠지만 완전 중단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비록 통신선이 남북 정상 간 합의에 의해 413일 만에 다시 복원됐지만 곧바로 남북 당국 간 대화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연합훈련 이후 국내에서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남북방역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 접근”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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