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친부는 미성년자 성폭행범, 내 DNA가 증거다"…英여성의 용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소가윤 기자]
머니투데이

영국의 한 남성이 1970년대에 13세였던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70년대 10대 소녀를 성폭행한 남자가 약 50년 만에 11년형을 선고 받았다. 늦었지만 결국 이뤄진 '단죄'의 결정적 공로자는 당시의 사건으로 세상에 태어난 아이였다.

3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에 사는 카벨 베넷(74)은 20대 후반이었던 1970년대 13세 소녀를 성폭행해 임신시켰다. 당시 사건으로 딸이 태어났고, 성폭행 피해자였던 어린 친모는 아이의 양육을 포기하고 입양을 보냈다.

그렇게 태어난 데이지(45)는 18세가 되던 해 사회복지 자료를 통해 자신이 태어난 정황을 알게 됐다.

1975년 당시 사건 기록에는 "경찰이 이 문제를 조사했지만, 법정에 회부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 사건 직후에도 베넷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지만, 기소로는 이어지지 않은 셈이다.

사건 인지 직후 데이지는 곧바로 베넷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베넷의 성폭행 혐의 피해자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친모기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는 취지로 통보했다.

시간이 흘러 2014년, 경찰은 피해자인 데이지의 친모와 연락을 취했지만 여전히 '고발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확인했다.

하지만 2019년 친모가 마음을 바꿔 경찰에 사건을 진술했고, 데이지는 자신의 DNA 샘플을 증거로 제출해 베냇이 성폭행 가해자라는 사시을 밝혀냈다. 이로써 사건 발생 44년만에 베넷이 경찰에 체포됐다.

그럼에도 베넷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점은 인정했지만 '서로 합의했으며, 피해자는 자신이 16살이라고 속였다'고 주장했다.

법정의 판단은 달랐다. 마틴 허스트 판사는 "피해자를 비난하고 있다"며 베넷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베넷의 범죄가 두 명의 생명을 파괴하고 그의 딸은 어머니만큼이나 중대한 희생자"라고 말했다.

데이지는 법정에서 "나는 아버지의 범죄 사실에 대한 증거 이상의 존재이며 성폭행의 산물 이상의 존재이다 "라며 "나는 아버지의 죄가 아니며 나쁜 씨앗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데이지는 현재 자신이 법적 피해자로 인정받는 것을 포함해 성폭행으로 임신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소가윤 기자 skyblue0322@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