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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역대급 수주 조선업계… 초라한 실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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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업체 상반기 조단위 적자

선박 완성 이후 대금 지급 관행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반영 안해

저가 수주에 원가 급등… 실적 악화

업계 “하반기 회복 기대해볼 만”

세계일보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LPG선의 시운전 모습. 한국조선해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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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따른 불황 터널을 지나 연초부터 ‘수주 잭팟’을 터뜨린 국내 조선업계가 예상 밖의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글로벌 업체들간 경쟁에서 선전하며 선박과 플랜트 부문에서 수주 목표를 채웠음에도 상반기에만 ‘조선 빅3’ 업체가 조단위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이미 올해 수주 목표를 채웠거나 조만간 100% 달성을 앞두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말 기준 174억달러를 수주하면서 연간 목표(149억달러)를 116% 초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67억달러와 63억3000만달러어치의 공사를 따냈다. 올해 목표치의 74%, 82% 수준으로 이르면 올가을, 늦어도 연말에는 충분히 100%를 달성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감은 늘어났지만, 주머니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89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2분기 잠정 경영실적 공시를 통해 4379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1분기 적자(5068억원)까지 합치면 1조원에 가까이 된다. 아직 2분기 실적을 내놓지 않은 대우조선해양도 최소 1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조선업황과 실적이 엇박자를 내는 이유로 ‘원가 상승’을 지목하고 있다. 통상 선박 수주 계약은 초기 계약금을 10% 안팎으로 설정한 뒤 나머지 대부분의 비용(중도금 제외)은 선박을 완성한 뒤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의 수주 계약이 아직 실적에 반영된 부분은 미미하다. 반면 선박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철강 가격의 인상은 이미 실적에 포함돼 있다.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 철판)의 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뛰자, 조선업체들이 적게는 3000억원대에서 최대 1조원에 가까운 공사손실충당금(향후에 발생할 손실에 대비해 잡아놓는 지출비용)을 설정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2016년부터 수주가 끊기면서 일단 문을 닫는 것보다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계약을 해야 된다는 분위기가 됐다”면서 “당시의 저가 수주에다가 최근 예상 외로 철강 가격이 오르면서 힘들게 선박을 건조해도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선업황이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철강 원재료인 철광석의 가격은 상승세가 꺾인 만큼 하반기에는 실적 회복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가 상승으로 선박의 가격인 선 가도 꾸준히 오르는 점도 긍정적이다.

클락슨리서치의 신조선가지수는 5월 136.1포인트에서 6월 138.5포인트로 올랐고, 7월 들어서는 140포인트대를 유지하고 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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