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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일회용품 사용과 퇴출

일회용컵 6300만개 쓰는 제주, 렌터카 빌릴 때 텀블러 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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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관광객에 다회용컵

공항서 반납하면 보증금 돌려줘

스타트업 ‘푸른 컵’ 텀블러 대여

협약 카페에 가면 할인 혜택까지



추적, 플라스틱 쓰레기〈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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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공항을 찾은 관광객이 무인 다회용컵 반납기를 통해 컵을 반납하고 있다. 편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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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제주국제공항 3층 도착장 2번 출구 근처. 초록 자판기 앞에 조하진(48·경기도 성남시)씨가 섰다. 자판기에서 뭘 사는 대신 빈 컵 3개를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1000원짜리 지폐 3장을 받았다.

다회용컵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은 것이다. 가족여행을 마치고 돌아간다는 그는 “일회용 컵 버릴 곳을 찾는 것보다 컵을 금방 헹궈서 자판기에 넣어 보니 편하다”면서 “반납기가 공항뿐 아니라 제주도 곳곳에 있다면 훨씬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6일 처음 설치된 이 자판기 이름은 ‘해빗컵 반납기’. SK그룹이 만든 사회적기업 행복커넥트가 운영한다. 제주도 내 일부 스타벅스에서는 이 다회용 컵에 커피를 담아 내주는데, 사용하고 씻은 컵을 여기에 넣으면 이전에 냈던 보증금 1000원을 돌려받는다. 시각 인공지능(Vision AI)이 이물질 제거 여부를 확인한다. 이를 행복커넥트가 수거해 세척한 뒤 스타벅스에 공급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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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스타트업 푸른컵이 만든 텀블러. 다시 사용되기 전 자외선 살균과 단계별 세척및 검수 과정을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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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컵 반납기는 제주공항과 스타벅스 시범매장 4곳에 설치돼 있다. 스타벅스 측은 올해 안에 도내 모든 매장 26곳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해빗컵 반납기는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에코 제주 프로젝트’로 개발됐다. 에코 프로젝트란 SK텔레콤이 7월부터 환경부와 제주특별자치도, 스타벅스코리아, 행복커넥트, 친환경 스타트업 오이스터에이블 등과 함께 진행하는 제주도의 탈플라스틱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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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1번지’ 제주로 몰리는 인파.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제주만의 특별한 프로젝트가 시작된 건 연간 관광객 수가 1500만 명을 넘어선 이곳이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제주도 내 커피전문점은 1706곳이다. 인구 1만 명당 25.4곳으로 전국 1위다. 전국 평균은 14.7곳이다. 그러다 보니 수거되지 않고 나뒹구는 플라스틱 컵이 나날이 늘어만 간다. 한 해 제주에서 버려지는 컵은 약 6300만 개로 추정된다.

관광객이 늘자 주민 1명당 생활폐기물 배출량도 급증했다. 2010년 1.1kg 수준이었지만 2019년엔 1.8kg까지 늘었다. 2019년 한 해에만 버려진 플라스틱이 5만5000t(환경부 통계)에 이른다. 제주도가 ‘플라스틱 섬’으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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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만큼 카페도 집중되는 제주.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막 걸음마를 뗀 다회용 컵 사용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에코 제주 프로젝트’로 회수되는 컵은 하루 평균 1000개를 조금 넘는다. 다만 이용자 반응은 나쁘지 않다. 다회용 컵을 써 본 시민들은 “어색하지만 환영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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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플라스틱 현실은 ‘빨간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제주도에서 ‘일회용 컵 제로’에 도전하는 기업은 스타벅스뿐이 아니다. 친환경 스타트업 ‘푸른컵’은 지난달 9일부터 관광객들에게 텀블러를 대여해 주고 있다. 제주공항에서 차로 2분 거리인 렌터카 업체와 제로 웨이스트숍 ‘제주용기’ 등을 방문하면 보증금 1만5000원을 내고 텀블러를 빌리는 식이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때 텀블러를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푸른컵은 방문객에게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위한 가이드 맵도 제공한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숙박업소·기념품 가게 8곳과 식당·카페 34곳이 표시돼 있다. 해당 카페에 푸른컵 텀블러를 들고 가면 음료 가격의 5~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제주에서 한달살이 중이라는 황윤영(38)씨는 “나와 딸의 텀블러를 빌렸다. 섬 밖에서 온 사람들은 일회용품 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텀블러 덕에 일회용 컵만이라도 아예 안 쓰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카페 ‘그초록’을 운영하는 홍영우(41)씨는 “제주 토박이로서 푸른컵 취지가 너무 좋아 바로 참여했다. 이 텀블러를 쓰는 손님이 하루 3~4명씩은 꾸준히 온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도 탈플라스틱에 손 들고 나섰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지구별가게’는 친환경 소재로 물건을 만들어 파는 협동조합이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중 다섯 번째로 많은 생리대를 면으로 제작·판매하며 유명세를 탔다. 지금은 면 돗자리, 대나무 칫솔, 유리 빨대, 와입스(면으로 된 휴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든다.

이경미(47) 함께하는그날 협동조합 대표는 “지금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 제주의 산으로, 바다로 가고 있지만 시민들이 함께 노력한다면 다시 ‘플라스틱 프리 아일랜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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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정종훈·편광현·최은경·백희연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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