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아프간… 내전 양상 격화
쿤두즈 등 주도 34곳 중 6곳 함락
정부군 조종사 겨냥 테러 잇따라
전선 이탈 속출… 軍 패색 짙어져
지난 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주 주도 쿤두즈 시내에서 주민들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과 정부군 간 교전으로 파괴된 상점들을 살펴보고 있다. 쿤두즈=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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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 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주도 네 곳을 추가 장악했다. 탈레반의 살해 위협에 최전선의 공군 조종사들마저 하나둘 이탈하며 아프간 정부군의 패색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9일(현지시간) 사망간주 주도 아이바크의 통제권을 확보했다. 쿤두즈주의 주도 쿤두즈, 사르에풀주 주도 사르에풀,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을 잇따라 점령한 지 하루 만이다. 탈레반은 특히 교통·물류·상업 허브인 쿤두즈에서 그들을 상징하는 흰 깃발을 내걸고 집과 가게들을 불태우는가 하면, 교도소 문을 열어 수감돼 있던 대원 수백명을 풀어줬다.
이에 따라 나흘간 아프간 34개주 가운데 6개주의 주도가 탈레반 손아귀에 넘어갔다. 7일 자우즈얀주 주도 셰베르간, 6일엔 님루즈주 주도 자란즈가 함락됐다. 남부 자란즈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과 가까운 북부 지역에 있다.
탈레반이 기세를 올리며 아프간은 붕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고 영국 타임스는 전했다. 여기에 탈레반이 조종사를 표적으로 삼아 조종사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7일 수도 카불에서 차량 폭탄 테러로 헬기 조종사가 숨지는 등 최근 조종사 8명이 탈레반에 살해됐다.
비행 경력 10년인 한 조종사는 타임스에 “최소 19명의 동료가 암살이 두려워 군을 떠났다”며 “나 역시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일을 그만둘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 차를 빌려 매일 차를 갈아타야 한다”며 “집 밖에 나갈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남서부 헬만드주 주도인 라슈카르가에서 정부군 특수부대원들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과 교전 중 텅 빈 거리를 정찰하고 있다. 라슈카르가=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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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간 전투는 이미 내전 양상을 띠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라이언 크로커는 ABC방송에 출연해 “탈레반이 아프간 전체를 신속히 장악하는 것보다 내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탈레반이 카불에 대해선 대규모 공격을 하지 않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미군 철군 결정을 “씻을 수 없는 오점”이라고 꼬집었다.
탈레반 대변인도 알자지라에 “아프간 정부와 휴전 협정은 없다”면서 미국의 개입에 대해 경고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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