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혐의 재수감 207일 만에
박범계 “경제상황 고려”… 13일 출소
2019년 발표 ‘비전 2030’ 점검 시작
시스템 반도체 투자 등 가속도 전망
최근 초미세공정 기술투자계획 공개
美 파운드리 공장 투자도 마무리될 듯
삼성전자 순현금 100조원 넘게 보유
2017년 이후 답보중인 M&A 물꼬 기대
“경제 기여 기대” “시장권력에 법치 몰락”
정치권, 李 가석방 놓고 상반된 반응
刑 면제 아닌 조건부 구금 해제
해외 출장 등 법무부 승인 필수
다른 2개 혐의 별도 재판도 변수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9일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4시간 30분에 걸쳐 비공개회의를 연 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2월 5일 '국정농단' 항소심 선고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이 부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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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53·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 기념 가석방 대상자로 확정돼 오는 13일 출소한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혐의로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9일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 상황 등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며 “사회의 감정·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결정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경제상황과 교정시설 과밀상황 등을 고려해 인원을 크게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가석방 대상자는 810명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2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경영권 불법 승계,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와 관련된 재판도 진행 중이다. 형기 종료일인 내년 7월 전 새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을 경우 가석방이 취소될 수 있다.
◆총수 공백 리스크 털어낸 삼성… 대규모 투자·M&A 가속페달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결정되면서 삼성이 ‘총수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하게 됐다.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으로 돌아오면 삼성이 그간 미뤄왔던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의 행보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은 이 부회장이 현장경영 등을 통한 회사 분위기 쇄신에 집중하겠지만,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진 투자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삼성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과감한 승부수를 조기에 띄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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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계 등에선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경우 가장 먼저 반도체 분야부터 챙길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2019년에 발표했다. 이후 경기 화성과 평택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초미세공정 구현을 위한 극자외선(EUV) 라인을 구축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고, 전문인력 채용을 확대해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했다. 또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와의 상생협력도 강화하며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 부회장이 수감된 기간 삼성전자가 이렇다 할 추가 행보를 보이지 못한 사이 글로벌 경쟁사들은 앞다퉈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치고 나갔다. TSMC는 초미세공정인 3㎚급 반도체 장비 설치에 나섰고, 미국에 이어 일본에도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M&A를 추진 중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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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 반도체 투자 등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2022년에 3㎚ 1세대 공정을 양산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초미세공정 기술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삼성의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결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현재까지 어디에 투자할 것인지 등을 확정하지 못했다.
최준선 성균관대(법학대학원) 명예교수는 “이 부회장이 특별사면은 아니지만 가석방으로 풀려난 것은 다행이고, 당분간 삼성이 경영에 조금 더 신경을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가석방은 계속 보호관찰 대상이어서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기도 하고, 다른 재판도 남아 있어서 사법리스크는 그대로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은 재판 외에 이번 가석방과 관련해 5년 취업제한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과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특혜 시비’ 등은 부회장의 행보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1056개 노동·인권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회장 가석방 적격 여부 심사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가석방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이 9일 허가됐다. 사진은 2018년 2월 ‘국정농단’ 항소심 선고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이 부회장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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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지 이전·해외 출국 등 제한
9일 가석방 결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완전한 경영 복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가석방은 구속된 상태를 임시로 풀어주는 개념이기 때문에 실제 활동에는 제약이 따른다. 또 경영권 부당승계 의혹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사법리스크는 여전하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해 형집행을 면제하거나 형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특별사면(특사)을 해 달라는 요구가 높았지만 그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부회장이 받게 된 가석방은 임시적인 석방에 불과해 보호관찰을 받고 거주지 이전, 해외 출국 등에 제한을 받는다. 만약 거주지를 이전하거나 해외 출장 등을 가려면 사전에 법무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경영권 부당승계 의혹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 역시 삼성에게 골칫거리다. 현행법상 가석방 기간 중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가석방은 취소된다. 경영권 부당승계 의혹 재판보다는 프로포폴 불법 투약 재판이 복병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형기 종료일이 내년 7월임을 감안하면 경영권 부당승계 의혹 사건이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재판의 경우 피고인이 11명에 이르고 법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쟁점이 복잡해 1년 안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재판은 사정이 다르다. 해당 사건은 경영권 부당승계 의혹 재판과 달리 쟁점이 간단해 선고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중론이다. 재판은 오는 19일부터 첫 공판기일이 잡혀 있다. 다만, 오는 12월9일부터 ‘가석방 기간 중 고의로 지은 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가석방이 무효가 되기에 이날 이후 형이 확정되면 곧바로 가석방이 취소되지는 않게 됐다.
박미영, 이희진, 남혜정, 박세준, 김병관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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