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내부 CCTV 데이터의 조작 의혹, 해군·해경의 세월호 DVR(영상녹화장치) 수거 과정에 대한 바꿔치기 의혹, DVR관련 청와대 등 정부 대응의 적정성 등에 대한 특검 수사에 대해 “90일의 수사 기간 동안 해군·해경 등 총 10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78명을 조사했다. 169테라바이트 분량의 디지털증거를 확보하고 4000시간 상당 해군·해경 음성교신을 녹취해 면밀히 검토했지만 범죄 혐의점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없어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혹들은 지난해 9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세월호 침몰 당시 상황을 담은 CCTV 영상 데이터를 외부에서 편집한 정황이 있고, 이 데이터가 담긴 영상녹화장치(DVR)가 검찰에 제출될 당시 다른 것으로 바꿔치기 된 의혹 등이 있다”며 특검을 요구하며 제기한 것들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작년 12월 독단적으로 세월호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 이름도 사참위가 제기한 의혹을 중심으로 ‘4·16 세월호참사 증거자료의 조작·편집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로 정해졌다. 세월호 사고 원인과 구조 과정의 잘못 등이 아닌 자료 조작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특검이 출범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특검은 “당시 수색상황 및 관련자 진술을 종합해보면 누군가 은밀하게 세월호 선체 내부로 잠수를 하고 시야 확보가 매우 어려운 수중에서 세월호 3층 안내데스크를 찾아가 ‘세월호 DVR’을 수거하고 아무도 모르게 세월호 참사 해역을 빠져나가기는 극히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수사결과 ‘세월호 DVR’과 별개로 ‘가짜 DVR’이 존재한다고 볼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고, DVR이 바꿔치기 되었다고 볼만한 근거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여권에서 제기한 ‘가짜 DVR’이 원래의 ‘세월호 DVR’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검은 세월호 CCTV 데이터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사참위가 조작의 흔적으로 지목한 특이현상들의 경우 데이터 복원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임을 확인했다”며 “국과수로부터 이와 같은 현상은 ‘세월호 CCTV 조작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감정 결과를 받았다. 복원 작업실 CCTV 검토 결과, 데이터 조작이 의심되는 점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특검은 “세월호 DVR과 관련된 정부 대응의 적정성에 관하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했다”면서도 “대통령기록물 및 해군·해경의 통신자료를 포함한 제반 증거들을 검토하고 수사한 결과, DVR 관련 정부 대응의 적정성에 대해 범죄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2014년 참사 발생 이후 7년간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해양안전심판원 조사, 세월호 특조위 조사, 세월호 선체 조사위 조사, 사참위 활동, 대검찰청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까지 이미 국가기관 7곳이 8차례에 걸쳐 조사·수사했다. 이번 특검이 9번째 조사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그간 검찰 수사만으로도 약 400명이 입건되고 150명 이상이 구속 기소됐는데, 민주당은 작년 12월 특검법을 통과시키면서 애초 활동이 종료됐어야 할 사참위 활동 기간도 2022년 6월까지 1년 6개월 연장시켰다. 일각에서는 “이제는 뭘 더 조사한다는 것인지도 모를 정도”라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이 작년 12월 세월호 특검법을 통과시킬 당시에는 대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한창 수사를 하고 있던 도중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특별수사단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아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11월 출범한 특수단은 1년 2개월 동안 세월호 유가족과 사참위 등이 제기한 의혹을 크게 17가지로 분류해 수사한 뒤 지난 1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에도 특수단은 황교안 전 법무장관의 검찰 수사 외압, 청와대의 감사원 감사 외압, 국정원·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 등 13개 의혹을 모두 근거 없다고 발표했다. 친정권 방송인 김어준씨를 비롯한 여권 일각과 세월호 유족들이 제기해온 의혹이지만 대부분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1월 임관혁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이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세월호 관련 사건들의 처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조선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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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임관혁 특수단장은 “유족이 실망하겠지만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순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했다. 특수단은 당시 ‘세월호 DVR 바꿔치기 의혹’ 등은 세월호 특검에게 인계하고, ‘해경 구조 실패’와 ‘청와대의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의혹 두 가지만 기소했다. 그마저도 지난 2월 1심 법원은 ‘해경 구조 실패’ 역시 죄를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초동 대처를 잘못해 세월호 승객 445명을 숨지거나 다치게 했다는 혐의로 특수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해경 전현직 간부 10명은 구조 실패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특수단이 의혹 대부분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유족들은 지난 2월 “특수단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민변과 함께 검찰에 “재수사 해달라”며 항고를 했다. 항고를 접수한 서울고검은 “무혐의 처분을 뒤집을 증거가 새로 발견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이들은 지난 4월 대검에 재항고 했고, 대검 역시 지난 6월 “기록 4만여쪽을 쟁점 별로 검토했으나 원처분을 뒤집을만한 추가 증거가 없다”며 다시 기각했다.
야당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사참위 등 진상조사 위원회에 약 6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3000명 이상 숨진 미국 9·11 참사 조사위원회가 쓴 돈이 1500만 달러(약 172억원)였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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