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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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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소유상한 이익환수강화…與경선 부동산 反시장 공약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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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反시장 공약 봇물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본격화하며 토지소유상한·개발이익환수 강화 등 반시장적 부동산 규제 공약이 속출하고 있다.

불과 반년 전 4·7 재보궐선거를 준비할 때만 해도 여당은 부동산 민심을 잡기 위해 정책 실정을 인정하며 규제 완화·공급 확대 공약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층 표심을 잡아야 하는 경선 국면에 돌입하자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유력 주자들이 대대적 규제 강화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 같은 공약을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후보들이) 경선 과정에서 강성 당원들을 고려해 당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도를 향한 발언이나 행보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반 국민투표와 당원투표가 합산되는 경선 특성상 전통 지지층의 부동산 규제 정서를 무시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종합부동산세를 국토보유세로 전환·확대하자는 공약을 제시했고, 이재명 지사 역시 몇 달 전까지는 1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언급했지만 최근 다시 강경한 과세 강화 입장이다.

黨心 목마른 與대권주자들…성난 부동산 민심에도 '규제 본색'

재보선땐 공급확대·감세 등
규제완화 목소리 쏟아졌지만
경선 시작되자 '反시장' 외쳐
전통적 黨지지층 의식한 듯

선두권 이재명·이낙연도 '매파'
정세균·박용진만 親시장 기조

야권의 규제 완화론과 대치
내년 본선에서 약점될수도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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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전후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부동산 정책 반성론과 함께 공급 확대, 규제 완화 등 시장 기능에 기초한 대책으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뤘다. 당시 경선에 출마한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강변북로·올림픽대로 위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주택 16만가구를 공급하는 정책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최종 후보로 선출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열세가 계속되자 종합부동세 부담 완화와 층고제한 완화 등 민주당에서 금기시되던 정책까지 총동원하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은 부동산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을 끝내 돌리지 못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20%포인트에 가까운 지지율 차이로 패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반 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 여당의 부동산 정책 논의는 당시와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여당의 부동산 규제 강화론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은 재보선 당시 박영선·우상호 후보를 이끌고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뛰었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다. 그는 최근 택지 소유 상한·개발이익 환수 비율 확대·유휴토지 및 초과이득 과세 등의 내용을 담은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을 발의해 핵심 공약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3개 정책은 모두 위헌 논란과 경제활동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 등으로 폐지된 이력을 갖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까지 있었던 택지보유상한제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소수의 독과점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땅을 필요 없이 가지신 분들은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그게 싫으면 땅을 내놓든지 부담을 더 지십시오' 하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 소유 토지의 77%가 상위 10% 국민 손에 들어가 있다"며 "소수의 개인이나 법인이 땅을 독과점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토지공개념 3법에 대해 위헌 논란이나 정책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여기에는 별다른 답변이 나오지 않는 중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휴토지 과세제도 공장용지를 수년 전에 구매해두거나 귀농 인구가 미리 땅을 알아보는 등의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제도"라며 "실수요자들의 비용 부담만 늘릴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고 종부세를 국토보유세로 전환·확대해 전 국민에게 배당금으로 분배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재보선 패배 후에는 "실거주용 1주택 또는 2주택은 생필품에 준하는 보호를 해야 한다"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최근 또다시 강경한 과세 강화 입장을 보이는 중이다.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논의가 또다시 규제 일변도로 돌아선 것은 대선 경선 유권자들을 공략한 정치공학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지지층 비중이 큰 경선 선거인단 특성상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계승·강화한다는 메시지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대선 경선에서 수도권 선거인단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하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서울시민만을 대상으로 선거를 치르던 때와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 경선에서는 단순한 머릿수 계산을 뛰어넘어 조직 동원력이 큰 힘을 발휘한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수도권은 순서상 가장 후반부에 배치돼 선거인단 규모에 비해 영향력이 작은 특성도 반영됐다.

여당 내 경선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공약들이 야당과 대결하는 본선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는 물론 지난해 총선에서도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 전 대표는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종부세를 완화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민주당도 충분히 알고 있는 셈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당내 강경파만을 바라본 공약들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중도층 공략은 대선후보가 확정된 후에 가능하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불가피하게 당 대표가 중도를 껴안는 역할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담감을 표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런 현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여권 내 지지율 선두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이낙연 후보가 모두 규제 강화 입장인 반면 시장원리에 기초한 대책을 요구하는 후보들은 지지도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10일 부동산 공약을 발표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일부 민주당 후보들은 아직도 수요 억제 강화 정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설익은 공급 정책을 서둘러 발표해 재원 마련과 택지 공급 등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부동산 공급 계획을 설명하며 "핵심은 시장과 싸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장대립주의 정책은 낭패를 당한다"며 "다른 후보들은 시장을 규제하고 싸우려는 정책을 내놓는데 의도는 선하고 좋을지라도 결과는 국민이 원하는 것과 다른 방향이 된다"고 역설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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