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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北 또 "주한미군 철수하라"…통신선도, 담화도 다 노림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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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철 주러 北 대사 또 "주한미군 철수"

통신선 복원 후 노골적으로 요구 반복

김정은, 3년만에 주한미군 문제 공개거론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사이 文 정부 딜레마

중앙일보

신홍철(왼쪽)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11일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차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사진은 2018년 신 대사가 러시아 동방학연구소 설립 2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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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연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앞서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의도가 점차 선명해지고 있다.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는 11일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이 자국의 공격적인 군대와 남한에 배치된 군 장비를 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대사는 이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군이 주둔하는 한, 한반도 상황이 주기적으로 악화하는 주된 요인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또한 담화를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한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장본인”으로 규정하며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 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3년 만에 '주한미군 철수' 공개 재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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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통신연락선 복원 나흘만인 지난 1일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지난 10일 주한미군 철수를 문제삼았다. 이날 오후부터 북한은 통신연락선을 다시 차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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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지난달 27일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것 자체가 남북 대화를 미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기 위한 대남 압박술의 일환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말로는 "호상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걸음"(지난달 27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이라고 포장했지만, 숨은 의도는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 김 부부장은 통신연락선 복원 나흘만인 지난 1일 연합훈련 중단을 압박하더니, 한·미 군 당국이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시작으로 하반기 연합훈련 사전 연습에 돌입한 지난 10일 오전엔 재차 담화를 발표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엔 통신선을 다시 차단했다. 재개통 불과 2주만이었다.

김정은 체제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수면에 올린 건 2016년 7월 ‘조선반도 비핵화 5대 조건’ 중 하나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면서부터다. 하지만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채택한 ‘판문점 선언’ 이후엔 공식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2018년 9월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한국 특사단에 “종전 선언은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동맹 약화와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주한미군 철수와 연결시킬 것이라는 한국 내 우려에 대한 반박 격이었다.



北 압박술에 한미동맹-남북대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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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훈련은 10~15일 사전 연습을 거쳐 오는 16일 본훈련이 시작된다. 북한은 연합훈련의 연기나 규모 축소가 아닌 '취소'를 요구하고 있어 연합훈련을 둘러싼 남북 갈등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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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여정 부부장이 공개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것은 북한이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향후 주한미군 문제를 의제화하겠다는 노림수가 반영된 태도로 풀이된다. 실제 김 부부장은 담화의 성격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았다"는 점을 명시했다. '최고존엄'의 뜻에 따른 공식적 요구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을 압박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연합훈련 취소 및 주한미군 철수를 남북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처럼 내걸면서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와 한·미 동맹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두 사안은 모두 한·미 동맹과 직결되는 사안들이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또 이는 실제 방위력 약화라는 안보 저해로 직결되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도 북한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김 부부장은 연합훈련에 대해 “형식이나 규모를 논한 적 없다”며 연합훈련 연기나 규모 축소가 아닌 훈련 취소를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한국의 난처한 입장을 모를 리 없는 북한이 이처럼 거친 압박을 계속하는 건 한국을 조금이라도 움직여 주한미군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북한 입장에선 성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 이후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연합훈련을 대화의 조건처럼 연계시켜 매 훈련 시기마다 반발의 명분으로 삼는 데 성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연합훈련은 10~15일 사전연습을 거쳐 오는 16일 본훈련인 연합지휘소연습(21-2-CCPT)에 돌입한다. 본훈련에 맞춰 북한이 추가 반발이나 무력 도발 등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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