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핀토크] 카뱅 상장 일주일…'메기'는 '고래'가 될 수 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편집자주] [편집자주] 금융권에서 일어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고평가 논란 딛고 공모가 2배로 주가급등...플랫폼 확장성에 베팅, 성장성 증명 과제도]

머니투데이



증시 입성 꼭 일주일째인 13일 카카오뱅크 주가는 4% 가까이 또 뛰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폭탄에 금융주는 물론 대형주 태반이 후진하는 하락장에도 카뱅은 앞으로 내달렸다. 상장 후 7일간 주가는 공모가(3만9000원)의 약 2배. 상장 첫 날인 지난 6일 시초가(5만3700원)와 견주면 주가 상승률이 40%를 넘는다.

시가총액은 KB금융(22조원)과 신한금융(20조원)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36조원 이상으로 불었다. KB금융과 하나금융(13조원)을 합친 것보다 많은 압도적 '금융 대장주'다. 시총 순위도 전체 10위(우선주 제외)다. 금융주 순위를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툼했던 대형 금융지주가 민망해졌다.

카카오 임직원들은 덩달아 신바람이 났다. 주가가 액면가(5000원)의 15배 이상으로 뛰면서 보유주식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스톡옵션을 보유한 윤호영 카뱅 대표(52만주)와 정규돈 최고기술책임자(22만4000주), 김주원 카카오 부회장(40만주) 등은 수백억원의 평가차익을 봤다. 스톡옵션과 우리사주를 갖고 있는 일반 직원들도 1인당 평균 10억 원의 미실현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자고 일어났는데 깔고 잔 게 돈방석"이다.

모두가 이런 대박을 예상한 건 아니었다. 상장 직전까지도 '고평가 논란'으로 시끌시끌했다. 카뱅 공모가 결정 이후 기업가치(공모가 기준 시총 18조5289억원)가 부풀려졌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증권가에선 카뱅의 적정 기업가치를 최소 11조원에서 최대 31조원으로 추산했다. 밸류에이션에 20조원 규모의 갭(차이)이 벌어졌던 셈이다.

"은행 이익의 핵심은 이자이익인데 5년 내 대형 시중은행 규모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BNK투자증권)는 박한 평가가 나왔다. 반면 "금융 프리미엄을 넘어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카카오)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주 역사상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SK증권)는 후한 시각도 있었다.카뱅을 은행으로 보느냐, 플랫폼으로 보느냐가 가른 차이였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카카오뱅크가 상장 첫날 KB금융을 제치고 금융대장주(株)에 등극했다.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형성하지는 못했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주가는 20%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알리고 있다. 2021.8.6/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상장 후 7일간의 결과만 놓고 보면 시장과 투자자들이 카뱅의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확장성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견은 없는 것 같다. '모바일 온리' 전략을 펴는 카뱅의 월간순이용자(MAU)는 1400만명에 달한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1위, 국내 전체 앱 중 14위다.

출범 두 해 만인 2019년 연간 첫 흑자를 냈고 지난해 1136억원의 순이익을 늘렸다. 지난 상반기 순이익은 476억원 규모다. 매분기 같은 규모의 순이익을 낸다고 가정하면 올해 연간 순이익 추정치는 전년의 2배로 뛴다.

출발은 순조로웠으나 시장이 카뱅의 성장성을 확신하기까진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펀더멘털(실적 등 기초체력)을 갖추려면 영업 확장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예금·적금·신용대출·전세자금대출 외에 올 하반기 출시하는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시장의 안착 여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뱅이 완전히 비대면으로 주담대 서비스를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돈이 되는 기업금융은 돈을 빌려 가는 기업의 재무상태나 매출을 확인하기 위해 대면 과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비대면 방식으로 대출심사가 가능한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했다.

고신용자 '마통 금리 인상' 논란처럼 인터넷은행의 금리 경쟁력을 마냥 가져가기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출범 초기 카뱅은 무점포·비대면 영업으로 은행권 금리 경쟁을 주도했다. 하지만 수익성을 높이려면 적정 마진(이자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