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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日 스가, 야스쿠니에 공물 봉납...'가해 책임' 언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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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반발 의식해 직접 참배는 안해

한국 외교부, "깊은 실망과 유감"

종전일 연설에 '반성' 메시지 없어

각료 5인 야스쿠니 참배..작년보다 늘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종전일(패전일)인 15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취임 후 첫 종전일 연설에도 아시아 각국에 대한 일본의 '가해 책임'을 인정하는 메시지는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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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5일 일본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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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이날 자민당 총재 명의로 제단에 바치는 공물의 일종인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에 흰 종이를 단 것) 비용을 사비로 야스쿠니신사에 봉납했다. 스가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고 공물을 봉납한 것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총리는 작년 10월 야스쿠니신사의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와 올해 4월 춘계 예대제 때도 방문해 참배하지 않고 공물을 봉납했다.

스가 총리는 또 이날 일본 도쿄(東京)도 지요다(千代田)구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정부 주최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해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앞으로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적극적 평화주의의 깃발 아래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의 해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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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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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전임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 주창한 '적극적 평화주의'를 그대로 이어간 것이다. '적극적 평화주의'란 일본이 자력으로 안보를 지키며 국제사회 평화에 공헌하겠다는 뜻으로,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자는 개헌 추진의 명분으로 제시되고 있다.

반면 스가 총리의 이날 연설에는 일본이 아시아 각국에 입힌 피해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는 담기지 않았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 이후 일본 역대 총리들은 종전일 연설에서 일본의 침략 전쟁으로 인한 아시아 각국의 피해를 언급하며 '손해와 고통', '반성' 등의 표현을 계승해왔다. 그러나 2012년 12월 아베 2차 내각 출범 후, 일본의 침략 행위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즉위 후 세 번째로 태평양전쟁 종전 행사에 참석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3년 연속 '깊은 반성'을 언급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연설에서 "전후 오랜 평화로운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 위에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각료 5명 야스쿠니 참배



스가 내각 각료 중에는 5명이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아베 정권이던 지난해 4명에서 한 명 더 늘어났다. 15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 이노우에 신지(井上信治) 엑스포담당상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앞서 13일에는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과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상이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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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이 일본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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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전 총리도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 작년 9월 퇴임 후 무려 네 번째다. 아베 전 총리는 제2차 정권 출범 이듬해인 2013년 12월 26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뒤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이후 재임 기간에는 직접 참배를 하지 않고 공물만 봉납했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기리는 시설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合祀)돼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15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고 참배를 되풀이한 것에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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