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휴가 중 의원들 불러…16일 의회 열릴 예정
아프간 칸다하르 시내 질주하는 탈레반 반군 전사들 |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두고 65년 만의 최악의 외교 실패라는 비판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깔아둔 판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이 엇갈리며 영국 내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영국 하원 외무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톰 투겐트하트 하원은 아프간 철군은 수에즈 위기 이후 최악의 외교 정책 실패라고 비판했다고 BBC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은 1956년 이집트가 옛 소련 등의 지원을 받아 수에즈운하를 국유화하자 프랑스, 이스라엘과 함께 이집트를 공격했다가 성과 없이 철수했다. 역사학자들은 이 사건을 기점으로 강대국으로서 영국의 역할이 끝난 것으로 평가한다고 BBC는 전했다.
투겐트하트 의원은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외교부 장관이 성명 하나 내지 않는 것도 비판하면서 "영국은 아프간인들을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복무 경력이 있다.
제1야당 노동당 예비 내각의 리사 낸디 외무장관은 미국과 영국이 엄청난 오산을 하고 아프간 정부의 능력을 과대평가했다면서 영국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늦다고 지적했다.
반면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14일 텔레그래프지에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고 "영국이 홀로 더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월러스 장관은 "우리가 뭘 하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탈레반과 철수에 합의한 사실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해 2월 아프가니스탄 주둔 외국군을 올해 5월 1일까지 철수하기로 탈레반 측과 합의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일정을 9월 11일로 늦췄다.
월러스 장관은 아프간 사태를 두고 "영국군이 약한 징후라거나,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은 것은 지도력 실패라거나, 아프가니스탄을 배신했다고 하는 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는 개별국가 군대냐 다국적군이냐의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국가 군대가 들어가면 바로 점령군으로 보일 것이며, 얼마나 힘 있는 국가에서 군대를 보냈는지에 관계없이 아프간에서 어떤 일을 겪는지는 역사가 보여준다"며 "단독으로 아프간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만하다"고 덧붙였다.
BBC와 스카이뉴스 등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아프간 사태 논의를 위해 휴가 중인 의원들을 부른 데 따라 16일 의회가 열린다고 전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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