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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20년만에 다시 '탈레반의 나라' 된 아프간…탈레반 "전쟁 끝났다" [다시, 탈레반의 아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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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탈레반 전투원들이 15일(현지시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국외로 탈출한 후 카불에 있는 대통령궁을 장악했다. 카불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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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이 20년 만에 다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나라가 됐다.

탈레반은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입성해 아프간 대통령궁을 장악한 후 “전쟁은 끝났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지난 2001년 11월3일 미군과 아프간 정부 연합군에 의해 카불에서 쫓겨난지 20년만에 수도를 손에 넣은 것이다. 탈레반은 미국이 지난 4월 아프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선언한지 4개월만에 아프간 전역을 장악했다.

알라지라방송은 이날 탈레반의 사령관들이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무장 대원 수십병과 함께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탈레반은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타레반기를 게양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이 방송에서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며 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가 곧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아프간 국영 TV를 장악한 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아프간인들에게 평정을 유지하라고 촉구했다. 탈레반 대변인 모하마드 나임은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곧 아프간 새 정부의 윤곽이 곧 드러날 것”이라며 “탈레반은 고립된 채 살고 싶지 않고, 평화적인 국제관계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조국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목표에 도달했다”며 “우리는 누구도 우리의 영토를 이용해 누군가를 목표로 삼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이들을 해치고 싶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카불이 포위되자 접경국인 우즈베키스탄으로 도피했다. 알자지라는 대통령 경호원을 인용해 가니 대통령이 부인 및 참모진과 함게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로 향했다고 전했다. 가니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탈레반은 카불을 공격해 나를 타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학살을 막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고 썼다.

카불 공항은 필사의 탈출을 위한 인파가 몰려들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한꺼번에 활주로로 몰려들자 이들을 해산하려고 미군이 발포하면서 일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1975년 월남 패망 직전의 ‘사이공 탈출’을 떠올리게 하는 급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탈레반의 카불 점열 다음날인 16일 날이 밝기도 전에 수천명의 시민이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탕, 탕’하는 총성이 산발적으로 들리고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내달리는 영상이 SNS에 공개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항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몰렸고, 시민들이 활주로를 장악하고 문이 열린 여객기 안으로 밀고 들어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밀려드는 인파로 공항 당국은 민항기 운항을 중단한다고 이날 오후 발표했다.

한 미국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공항에 몰려든 군중이 통제불능 상태였다. 발포는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후 “카불 공항에서 최소 5명이 숨졌는데, 미군 발포 때문인지 (인파에) 깔려 죽었는지 모르겠다”는 목격자 증언을 전했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적어도 3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카불에서 속속 철수했다.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은 성조기를 내리고 전원 철수 길에 올랐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모든 대사관 인력이 현재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있다. 공항 주변은 미군에 의해 안전이 확보됐다”고 밝혔다. 카불의 미 대사관에는 미국의 전 세계 공관 중 최대 수준인 4200명의 직원이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은 자국민들은 물론 아프간인 직원들 일부를 데리고 탈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와 핀란드도 아프간 내 대사관 잠정 폐쇄 계획을 밝혔다. 카불의 한국대사관도 15일 잠정 폐쇄하고 공관원 대부분을 중동 지역의 제3국으로 철수시켰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탈레반이 카불에 있는 자국을 포함해 외국 외교공관에 대한 안전보장을 약속했다며 현지에서 대피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신장 위구르자치구를 통해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중국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향후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프간의 탈레반을 비롯한 모든 정파에게 “극한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유엔은 한결같이 아프간의 평화로운 정착에 기여할 것을 결의하고 있으며, 모든 아프간 국민의 인권보호, 특히 여성과 소녀들을 보호하고 민간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필수품을 전달하는 생명구호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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