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대원들이 8월15일 아프가니스탄 남서부 칸다하르에서 순찰하고 있다. 칸다하르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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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국의 철수가 시작된지 불과 4개월만에 아프가니스탄 전체를 차지했다. 주요 거점 도시들을 장악한 후 수도 카불로 밀고 들어오는 데 걸린 시간은 열흘도 안됐다. 미국이 20년간 달러를 쏟아부어 육성한 아프간 정부군은 탈레반의 진격 앞에서 극도로 무기력했다.
미국이 지난 5월 주둔 미군 철수를 본격화한 이후 탈레반은 무서운 속도로 주요 거점 도시들을 점령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난 7일(현지시간) 남서부 님로즈주 주도 자란지를 손에 넣은 후 14일까지 수도 카불을 제외한 대도시를 사실상 모두 장악했다. 15일 카불을 애워싼 탈레반은 전투도 없이 당일 곧바로 정부군의 항복을 받아냈다.
아프간 정부군은 탈레반보다 수적으로 우위에 있다. 미국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이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4월 기준 급료를 받는 아프간군(ANDSF)은 30만699명이다. 급료를 챙기려는 허위 등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상당한 병력이다. 탈레반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추산에 따르면 최대 8만5000명 정도로 평가된다.
지원금 규모에서도 아프간군이 우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군은 연간 50억~60억달러(약 5조8000억원~7조원)의 국제사회 지원금을 사용했다. 미국이 아프간군 기금(ASFF)으로 지원한 자금만 2005년부터 지난 6일까지 약 750억달러(약 88조원)에 이른다. 무기와 장비, 훈련비 등을 모두 합치면 미국이 지난 20년 동안 아프간군에 쏟아부은 비용이 830억달러(약 97조원)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탈레반은 마약 거래 등을 통해 연간 3억~16억달러(약 3000억~1조9000억원)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유엔이 추정했다.
수적으로나 자금 규모로나 우위인 아프간 정부군이 별다른 교전도 없이 탈레반에 속절없이 무너진 배경에는 미군 철수에 따른 여파와 아프간군의 부패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미군 철수는 아프간 정부군의 사기를 떨어트린 것으로 보인다. 한 익명의 아프간 특수부대 장교는 15일 워싱턴포스트에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정을 거론하며 “사람들은 미국의 철수 약속을 탈레반 집권 보증으로 봤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간 군경은 탈레반과의 싸움에 목숨을 걸어야 할 이유가 사라지면서 조직을 버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아프간 정부의 부패도 원인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군 철수 뒤 아프간군은 사실상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였으며 이로 인해 군과 경찰 조직이 와해됐다고 전했다. 한 아프간군 탈영병은 “지난 며칠간은 식량도 물도 무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칸다하르 주도의 경찰관인 아마둘라 칸다하리는 “무능보다는 부패가 붕괴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의 회유도 정부군의 투항을 유도했다. 아프간과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난해 초부터 농촌 마을에서 정부군에게 ‘무기를 넘겨받는 대가로 돈을 주겠다’고 제안하기 시작했다. 경찰관 바차(34)는 “탈레반은 정부쪽에서 누구든 항복하고 합류하도록 150달러(17만원)를 제안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미군 철수 후 전투 의지를 상실한 아프간 군경이 하나둘 탈레반의 회유에 넘어가 총을 내려놓게 된 것이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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