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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美수송기 날개 밑에 탄 카불 시민들... 이륙직전 손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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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군(U.S. AIR FORCE)’ 글자가 적힌 수송기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찍는 카메라를 향해 수송기가 가까이 다가오자 날개 밑 부분에 숨겨졌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바퀴 부근에 수송기에 탑승하지 못한 아프간인들 10여 명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어떤 이들은 마치 ‘나는 간다. 잘 있어라’라고 인사하듯 손을 흔든다.

16일 외신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든 시민들로 아수라장이 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모습이 담겼다. 사람들은 활주로를 장악하고 문이 열린 여객기 안으로 밀고 들어갔고, 어떻게든 여객기에 타려고 탑승 계단에 거꾸로 매달린 모습도 포착됐다. 밀려든 인파로 여객기가 뜰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공항 당국은 모든 민항기의 운항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카불공항 내 미군이 통제한 활주로에서 이륙 가능한 수송기에 시민이 매달린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카불 공항에서 이륙한 항공기 바퀴 부근에 매달렸던 시민들이 추락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인디아TV, BNO뉴스 등은 “항공기 바퀴에서 두 명이 추락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항공기 밖에서 사람들이 매달린 채 비행기가 이륙한 상황에서 두 명이 추락해 숨진 것을 공항 인근 주민이 확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만 이 항공기가 미군 수송기인지, 떨어진 물체가 사람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카불 공항의 상황을 두고 1975년 남베트남 패망 직전 ‘사이공 탈출’ 때보다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군 철수 이후 삽시간에 탈레반에 함락된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스테로이드를 맞은 사이공”이라고 묘사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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