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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아프간 대사가 전한 카불 철수 "총소리에 헬기…전쟁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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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대사, 카타르서 화상 인터뷰…마지막 교민과 군용기로 탈출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대사가 18일 카타르 도하에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서울에 있는 취재진에게 대사관 철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1.8.18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김동현 기자 = "총소리가 들리고 우방국 헬기가 공항을 맴돌면서 흔히 영화에서 보는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탈레반 수중에 넘어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전날 마지막 교민과 함께 빠져나온 최태호 주아프간대사는 18일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에서 대사관 철수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편한 반소매 셔츠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한 최 대사는 탈레반이 예상 밖의 속도로 카불로 진격한 상황에서 급하게 철수하느라 옷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양해를 구했다.

최 대사는 "헬기 타려면 (소지할 수 있는) 가방이 30x30x20 크기의 작은 가방이라 필수 물품만 넣느라 양복을 못 챙겼다"고 말했다.

대사관에서 위기를 처음 감지한 것은 15일 오전 11시 30분(현지시간)께로, 당시 외교부 본부와 화상회의를 하던 최 대사는 대사관 경비업체로부터 탈레반 부대가 차로 20분 거리까지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후 우방국 대사관에서 '바로 모두 탈출하라'는 긴급공지를 받았고, 연락이 닿은 우방국 대사들도 '지금 정말 급한 상황이다. 빨리 가야 한다'고 했다.

최 대사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지시를 받고 철수를 시작했다.

매뉴얼대로 대사관 내 주요 문서 등을 파기하고 잠금장치를 한 뒤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우방국 대사관으로 이동했다. 대사관의 현지인 직원들에게는 자택 등 안전한 장소로 가라고 지시했다.

미군 헬기로 카불공항까지 이동했을 때는 이미 여러 국가 대사관 직원들이 밀려드는 상황이었고, 최 대사는 아프간의 유일한 교민에게 철수를 설득하러 직원들을 보냈다.

그간 여러 번의 권고에도 현지 사업장 때문에 남은 교민은 더 있겠다고 했고, 무작정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서 최 대사는 직원 2명만 남기고 나머지를 철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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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상황이 더 악화했다.

탈레반을 피하려는 아프간인들이 민간공항 활주로를 점거하고, 필사적으로 항공기에 매달렸다.

군중에는 총기를 소지한 이들도 있어 총성이 들렸다.

상황이 급변하자 교민도 생각을 바꿔 철수를 결정했다. 자기 때문에 대사관 직원들이 고생해 미안하다고 했다고 최 대사는 전했다.

최 대사는 16일 출발하는 군용기에 교민 자리를 확보했지만, 민간공항을 점거했던 아프간 군중이 군 공항으로까지 몰려들었다.

결국 군용기 운항이 중단됐고, 다음날인 17일 미군이 군 활주로까지 들어온 군중을 밀어내고 나서야 이륙이 가능했다.

교민 철수 임무를 마친 최 대사 등 남은 대사관 직원들도 같은 군용기를 타고 아프간을 뒤로했다.

최 대사는 "옛날 배를 타듯 수송기 바닥에 다 모여 앉았다"며 "탑승자 대부분은 (탑승) 우선권이 있는 미국인, 저 같은 제3국인, 아프간인도 일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주카타르대사관에서 주아프간대사관 업무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대사관은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향후 탈레반의 정권 수립 동향이 어떻게 되는지 국제사회 대처를 파악하면서 국제사회 공동 대응에 참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너무 바빠 아직 가족과 통화도 못 했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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