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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안전대피 약속 하루만에 뒤집어···아프간인 공항 이동 저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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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 대사관 “공항으로 이동 보장 못해”


경향신문

탈레반 병사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을 순찰하고 있다. 카불|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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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에 협력한 아프간인과 가족들의 탈출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가 탈레반이 미국인과 아프간인 조력자들의 카불 공항으로의 이동을 방해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힌지 하루 만이다. 미국은 대피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목표에는 못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은 18일(현지시간) 공지문을 통해 “미국 정부는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의 안전한 이동을 보장할 수 없다”면서 “공항을 포함해 카불의 안보 상황이 계속해서 재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법한 서류를 갖춘 사람들에 대해 카불 공항에서 국외로 탈출할 비행편을 제공하고 있지만 카불 공항까지의 이동에 대해선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못박은 것이다. 카불 국제공항은 현재 아프간에서 유일한 탈출로다. 미 대사관은 “상당히 많은 개인들이 등록을 했고 비행편의 공간은 선착순 원칙에 따라 제공하고 있음을 양지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카불 공항까지 이동을 원하는 이들의 안전한 통행을 담보할 수 있도록 탈레반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탈레반이 공개적인 성명과 우리 정부에 한 약속과 반대로 그 나라를 떠나기를 희망하는 아프간인들이 공항에 도착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을 봤다”면서 탈레반의 통행 저지를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면서 “많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모든 범주의 아주 많은 아프간인들이 공항으로 오는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탈레반은 민간인들에게 공항까지 안전한 통행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 왔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아프간 현지 미군 지휘부가 카불 공항에서 하루에 여러 번 탈레반 측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하루 만에 약속을 뒤집고 카불 전역에 설치한 검문소 등에서 카불 공항으로 이동을 원하는 사람들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탈레반이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외국인을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자격을 갖춘 아프간인의 공항 입장을 거부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CNN방송은 미국으로부터 입국 허가증까지 받은 아프간 남성이 탈레반의 저지에 막혀 공항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하소연하는 사례를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마커스 얌 기자는 트위터에 “탈레반이 공항 인근 도로에서 기다리는 아프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채찍과 막대기 등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독일 언론 빌트는 탈레반이 카불 전역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외국인에게만 공항으로 가는 길을 터주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지난 15일부터 공항 안팎에서 최소 1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매체 톨로뉴스는 공항에서 총에 맞거나 압사하거나 비행기에 매달렸다가 추락해 숨진 사람이 최소 40명이라고 전했다.

미국으로선 탈레반과의 협상 외에는 마땅한 대응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언론 브리핑에서 “공항을 확보하는 게 현재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방해하는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다”면서 “공항 밖으로 나가서 더 많은 사람들을 데려올 수 있는 역량이 없다”고 밝혔다. 아프간에 배치된 미군 병력은 카불 공항을 지키는 임무에 주력하고 있으며 카불 공항 바깥으로 나가서 미국인이나 아프간인 조력자들을 데리고 올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전날 한 시간에 1대씩 항공기를 이륙시켜 하루 5000~9000명을 후송하는 것을 목표로 8월31일까지 작전을 완료하겠다는 일정표를 제시했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국인은 1만1000명, 아프간인 조력자와 가족 8만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목표 시한을 넘기더라도 모든 미국인이 대피할 때까지 미군을 주둔시킬 것이란 의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에 있는 모든 미국인이 탈출할 때까지 미군이 남을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들은 우리가 8월31일 이전에 모든 것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리라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면서 “만약 그곳에 미국 시민들이 남아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모두 구출하기 위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여야 의원 40여명은 시한에 구애받지 말고 미국과 동맹국 시민은 물론 아프간 현지인이 모두 대피할 때까지 미군 주둔을 촉구하는 서한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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