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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이슬람법 통치 선언한 탈레반 “아프간 여성의 역할은 율법학자가 결정”[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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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탈레반의 한 고위급 인사가 탈레반 최고 지도자인 히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아프가니스탄의 새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프간에는 민주주의 체제가 없을 것이며, 이슬람법에 따라 통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탈레반의 의사결정에 접근할 수 있는 와히둘라 하시미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하시미는 인터뷰에서 “탈레반 지도부회의가 아프간을 통치하고 최고 지도자인 아쿤드자다가 전체 지도자로 남을 것 같다”며 “아마도 아쿤드자다의 대리인이 대통령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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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CNN의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가 뉴스를 보도중이다. CNN·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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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아프간에는 그 기반이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 체제는 없을 것”이라며 “아프간에 어떤 형태의 정치시스템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명확하고, 이슬람 율법이 바로 그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프간 국민 99.99%가 무슬림이며 우리는 이슬람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이번 주 후반 아프간 통치 문제를 논의할 탈레반 지도부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시미는 그러면서 이슬람 율법 학자가 여성의 역할과 여학생 등교 허용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이 히잡을 쓸지 부르카를 입을지 아니면 아바야에 베일을 착용할지 등은 율법 학자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부르카는 검은 천으로 얼굴까지 가리는 복장이고, 아바야는 얼굴을 빼고 목부터 발끝까지를 가리를 검은색 옷이다.



여성 기자와 인터뷰 한 ‘탈레반’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은 처음으로 국내 여성 기자의 취재 활동을 허용했다. 탈레반 대원 앞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1인 시위한 여성을 구타하지도 않았다. 국제 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외신과 전 세계의 눈을 의식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7일 아프간 방송 바노TV의 여성 기자인 자하라 나비가 수도 카불의 검문소에서 탈레반 대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사진까지 찍었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톨로뉴스의 여성 앵커 베헤슈타 아르간드도 이날 탈레반 미디어팀 간부인 몰로이 압둘하크 헤마드와 나란히 앉아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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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로뉴스의 여성 앵커 베헤슈타 아르간드가 17일(현지시간) 탈레반 미디어팀 간부인 몰로이 압둘하크 헤마드와 나란히 앉아 인터뷰하고 있다. 톨로뉴스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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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여성 언론인들의 취재 활동은 과거에는 거의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CNN 등 서방 매체 여성들과 인터뷰한 적은 간혹 있지만, 국내 여성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것은 처음이다. 톨로뉴스를 소유한 모비그룹 대표 사드 모흐세니는 트위터에 리포팅하는 여성 기자들의 사진과 함께 “오늘 아침 카불을 오가는 우리의 용감한 여성 기자들”이라고 올렸다. 톨로뉴스는 탈레반의 카불 점령 첫날인 지난 15일 신변 위협을 우려해 여성 기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가 이날 다시 출근시켰다.

여성들의 첫 1인 시위도 일어났다. 히잡을 쓴 여성 두 명이 이날 카불의 탈레반 대원들 앞에서 “여성에게 일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서 있었다고 NYT가 전했다. 탈레반 대원들도 외신 기자들의 눈을 의식해서인지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과거 탈레반 집권기였다면 이들은 구타, 연행, 고문됐을지도 모른다. 탈레반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금할 뿐 아니라 부르카(얼굴 포함 전신을 가리는 옷) 착용을 강제해왔다.



‘이슬람 율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만
보장하겠다는 여성인권



일련의 조치들은 탈레반이 국내외에서 집권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유화책으로 해석된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 17일 카불에서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의 한도 내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로부터 정상국가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아프간에 미국 기업 진출을 허용할지, 아니면 탈레반 지도부를 제재할지에 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앞서 16일 여성과 국민 인권 존중 등의 조건을 걸며 “앞으로 아프간의 정부에 관한 우리의 태도는 탈레반의 행동에 달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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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로뉴스를 소유한 모비그룹 대표 사드 모흐세니는 1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리포팅하는 여성 기자들의 사진과 함께 “오늘 아침 카불을 오가는 우리의 용감한 여성 기자들”이라고 올렸다. 트위터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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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그러나 “탈레반이 여성이 일하거나 얼굴을 내놓고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얼마나 오래 참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당장 폭스뉴스는 18일 타크하르주의 주도 탈로칸에서는 전날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외출했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며 피투성이가 된 여성과 주변 사람들의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을 공개했다.

NYT는 이날 탈레반이 아프간 국영 TV의 유명 앵커인 카디자 아민을 비롯한 여성 직원들을 무기한 정직시켰다고 전했다. 아민은 “다음 세대는 아무것도 갖지 못한 채 우리가 20년간 이룬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다. 탈레반은 탈레반이다.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CNN은 탈레반이 최근 현지 여성 기자 두 명의 집을 기습 방문했다고 전했다. 한 저명한 여성 언론인은 탈레반으로부터 “너희 집에도 곧 가겠다”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CNN에 말했다.

탈레반은 인권에 여러가지 제약을 뒀다. 언론 보도는 ‘이슬람 가치나 국익에 반하면 안 된다’고 했고, 여성의 사회생활도 ‘이슬람 율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만 보장한다고 했다. 최근 몇 달 새 여성들이 거리에서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레반에게 채찍질을 당한 사례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언론인뿐 아니라 예술가들도 수난을 겪고 있다. 남성 음악가인 압둘(가명)은 BBC 인터뷰에서 “탈레반 정권이 집에 악기가 있는 사람을 때린다는 얘기를 듣고 악기를 파괴했다”면서 “아프간에서 음악이 죽어가고 있고, 더는 연주할 수 없게 된 나는 꿈과 미래를 잃었다”고 말했다. 음악, 춤, 오락을 금기시해온 탈레반은 최근 몰래 음악을 듣다가 적발된 일부 시민들을 잔인하게 처벌했다고 BBC가 전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han.kr
김윤나영 기자 nayoung@khan.kr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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