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려온 금융지주들…2021년 大魚 어디로
코로나19 확산, 금융당국 지분확충 요구에 한계
금융권 역대급 기록 행진에 매물 몸값 뛴 영향도
비은행 인수합병 통한 탈 은행 중심 성장 절실해
[아시아경제 박선미, 성기호, 송승섭 기자]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려온 금융지주사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 및 국내 금융당국의 자본확충 유도 등의 이유로 일시적 M&A 한계에 부딪혔다. 금융업 경계를 허물며 적극적인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는 인터넷은행, 빅테크(대형정보통신기업)의 공습에 대항하기 위해 비은행 M&A를 통한 사업 다각화가 절실하지만 진행이 더뎌 향후 혁신금융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일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에 따르면 국내외 M&A는 기존 진행분의 마무리 작업을 제외하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현재까지 M&A 대어(大漁)를 낚는데 진척이 없는 상태다.
애초 각 금융지주는 국내 보험사와 신탁회사는 물론 해외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국외법인 인수 등 그룹별 취약점을 M&A로 보완해왔다. 예컨대 KB금융은 2019년 그룹 내 생명보험 경쟁력이 자산 기준 17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8월 2조3400억원을 주고 인수한 푸르덴셜생명보험이 이를 개선했다. 상반기에만 2000억원에 가까운 실적을 낸 데다, 기여도는 7.7%로 급증했다. 신한금융도 총 3조2489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확보한 오렌지라이프의 올 상반기 당기순익은 21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57.7%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마지막으로 대형 M&A가 사라졌다. 올해 1월 KB국민카드가 제이 핀테크 지분 50.99%를 인수하는 M&A 성과를 냈지만 규모로 따지면 240억원 수준으로 미미하다.
신한금융지주 상황도 비슷하다. 2018년 9월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2조2989억원에 인수한 신한금융은 같은 해 10월 아시아신탁 지분 60%도 1937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잔여지분 인수 및 자회사 편입 절차를 밟으며 비은행 사업부문을 확대했다. 2018~2019년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 PVFC, 인도네시아 자산운용사 아키펠라고 등 해외 금융사 M&A에도 활발히 나섰고 지난해 8월에는 두산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물로 내놓은 벤처투자회사인 네오플럭스를 인수했다. 그 이후론 올해 1월 네오플럭스 잔여지분 인수에 3억6000만원을 쓴 것 외에 뚜렷한 M&A 성과가 없다.
하나금융은 2018년 2월 하나캐피탈, 2019년 11월 베트남투자개발은행, 지난해 2월 더케이손해보험 인수 이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M&A 보다는 인수 회사와의 시너지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금융도 2019년 1월 지주사로 출범한 이후 같은 해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국제자산신탁 인수와 지난해 12월 아주캐피탈 인수를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후 올해는 추가적인 M&A 없이 우리금융캐피탈 완전 자회사 편입 마무리 작업에 집중했다.
코로나19에 교류·해외출장 중단…"포트폴리오 완성된 측면도"
공격적인 M&A를 위해 은행들이 금융지주사 체제를 갖춰졌지만 취지가 무색해진 모양새다. 은행법상 은행은 자기자본의 40%까지 투자지분 확보가 가능하지만, 금융지주사 체제에서는 자기자본의 130%까지 투자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어 비은행 금융사 인수를 통한 몸집 불리기와 사업 다각화가 수월하다.
다만 금융지주의 M&A를 위한 투자 실탄은 충분해 추가로 몸집을 키울 수 있는 여력은 있다. 한국신용평가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14.8%로 금감원의 재무구조 안정성 평가 지표상 1등급에 해당한다.
문제는 국내에서 규제 리스크 확대로 과거 대비 비은행 금융사를 인수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급격하게 풀린 돈이 비은행 금융사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M&A 매물이 줄어든 영향도 작용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장세에서 다수의 증권사와 캐피탈사가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실적을 기록하면서 비은행 금융사의 기업가치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매물가격이 뛰면서 인수합병 매물 자체도 줄어들었다. 금융사가 통제할 수 없는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도 요인으로 꼽힌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증권, 캐피탈사에 대한 대규모 출자가 이어지고 있고, 비은행 금융사가 취급하는 영업자산의 위험 성향도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M&A가 주춤해진 것은 그동안의 적극적인 행보로 그룹 내 포트폴리오가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놓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영역 확장 측면에서 해외 쪽 지분인수가 더 나올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이 중단되는 등 교류에 제약이 생긴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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