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화 퇴출·다음기획 세무조사 유도 '직권남용' 무죄
신승균 전 국가정보원 국익전략실장 |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정치공작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신승균 전 국정원 국익전략실장이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혀 형량을 감경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윤승은 김대현 하태한 부장판사)는 19일 국가정보원법 위반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신 전 실장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신 전 실장은 이미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기간이 선고된 형량보다 길어 구속되지 않았다.
신 전 실장은 야권 정치인을 제압하는 공작을 벌이거나 이른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들을 방송에서 퇴출시키도록 압박하고 소속 기획사의 세무조사를 유도하는 등 불이익을 준 혐의로 2017년 11월 기소됐다.
그는 또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후 부하 직원들이 이듬해 총선·대선에서 당시 여권의 승리를 도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책 등을 수립하도록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았다.
선거 관련 여론조사 비용으로 국정원 예산 1천여만원을 유용한 혐의,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부적절한 합성사진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문성근·김여진씨 합성사진이 국정원 심리전단실에만 공유됐을 뿐 국익전략실에 공유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이 부분에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나머지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더해 방송인 김미화씨를 방송에서 퇴출하려 한 혐의도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특정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의 성향을 문제 삼아 퇴출을 요구하는 것은 국정원의 국내보안정보 관련 직무수행으로 볼 수 없어 직권남용 성립의 전제인 '직권'의 외형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블랙리스트에 등장한 연예인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다음기획'에 대한 세무조사를 국세청에 요구한 혐의도 같은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유죄가 인정된 혐의들에 대해 "원세훈 원장의 재임 기간에 지속해서 국정원을 활용한 다방면의 불법 정치 관여가 있었다"며 "피고인의 역할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다만 "항소심에 이르러 피고인이 유죄로 인정되는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는 것으로 보이며 25년 동안 국정원에서 근무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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