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탈레반 정권 장악 현실로 인정해야"…메르켈 "실망스러운 일"
'나발니 석방' 메르켈 요구에 푸틴 "정치활동으로 투옥된 거 아냐"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난 푸틴 대통령(오른쪽)과메르켈 총리 |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이루어진 약 3시간 동안의 회담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 우크라이나 분쟁, 벨라루스 국정 혼란, 이란 핵문제, 리비아 사태 등의 국제 현안과 양자 협력 문제 등을 두루 논의했다고 회담 뒤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탈레반의 전격적 정권 장악으로 혼란에 빠진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현재 탈레반이 수도(카불)를 포함해 아프간 영토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 이는 현실이며 우리는 이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아프간의 붕괴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레반이 적대 정책을 끝내고 아프간인과 외국인의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기대한다"면서도, 동시에 서방 등 외국은 자신들의 가치 기준을 아프간에 강요하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년 동안 이어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고 "확실히 성공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실패라고 부르는 것이 러시아의 관심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아프가니스탄 정세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테러리스트들이 난민 등을 가장해 아프간 이웃 국가들로 침투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탈레반의 정권 장악을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국제사회는 아프간에서 테러리즘이 부흥하는 것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 수년간 아프간 파견 독일군과 독일 경찰 등을 도운 사람들이 아프간을 떠날 기회를 얻도록 러시아가 탈레반 측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회담한 뒤 기자회견 하는 푸틴 대통령(오른쪽)과 메르켈 총리 |
양국 정상은 또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민스크 협정 이행 방안을 논의했으며, 지난해 대선 부정 논란으로 정국 혼란을 겪고 있는 벨라루스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교환했다고 소개했다.
메르켈은 이와 함께 복역 중인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했다고 밝혔으나, 푸틴은 나발니가 정치적 활동 때문에 투옥된 게 아니라고 응수했다.
메르켈은 또 마무리 단계에 있는 러-독 연결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2' 건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면서, 이는 러-독 양자 프로젝트가 아니라 유럽 전체의 프로젝트라면서 사업 성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푸틴은 노르트 스트림-2 가동 이후 러시아가 기존 우크라이나 경유 유럽행 가스관을 폐쇄할 것이란 우려와 관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현행 경유 협정이 종료되는) 2024년 이후에도 해당 협정을 연장할 준비가 돼 있지만, 유럽의 가스 수요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9번째인 메르켈 총리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총리 재임 중 마지막 방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독일은 오는 9월 26일 연방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다. 총선을 통해 선출된 하원의원들은 메르켈 총리의 뒤를 이을 후임 총리를 뽑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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