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금융플랫폼기업인 카뱅이 전통적인 은행업을 해온 국내 시중은행과 단순 비교해 기업가치의 우위를 논하는 것 자체가 '비교 오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뱅은 금융플랫폼 관점에서 국내 시중은행이 아닌 세계적인 인터넷은행과 비교해야 합리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카뱅은 세계적인 인터넷은행인 브라질의 누뱅크와 비교시 순이익과 성장성 등이 월등한데도 기업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저평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 1000억 순익 카뱅은 18.5조 vs 500억 적자 누뱅은 34조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뱅은 지난 6일 코스피에 상장된 후 지속적으로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카뱅은 코스피에 상장된 시점을 전후해 기업가치가 18조5000억원인 데 대해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단순 비교로 볼때 카뱅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KB금융지주와 신한지주에 이어 금융주 시총 3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카뱅을 고평가됐다고 지적해온 측은 "카뱅은 주로 영업방식이 비대면이란 차이만 있을 뿐 사업의 본질은 '은행'"이라는 논리를 펴왔다. 그런 측면에서 카뱅의 공모가 범위는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대비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카뱅의 비교 대상을 출발점이 다른 국내 시중은행으로 삼는 것은 비교오류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카뱅은 사업모델이 동일한 해외 인터넷은행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세계적인 인터넷은행인 브라질의 '누뱅크'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카뱅의 기업가치가 저평가 돼 있다는 분석이다. 누뱅크는 지난 2013년 5월에 영업을 시작한 세계적인 인터넷은행이다. 워런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5억달러를 투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누뱅크는 현재 4000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해 브라질 최대 인터넷은행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누뱅크는 지난해 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누뱅크의 기업가치는 카뱅보다 2배 가량인 34조원에 달한다. 반면, 카뱅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1159억원을 달성했다. 카뱅의 고객은 1400만명이다. 카뱅은 미래 성장성가치도 높다. 그런데도 카뱅의 누뱅크의 기업가치는 18조5000억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뱅이 상장 후 대형 금융지주에 비해 거품이라는 주장이 주로 나오고 있지만,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해외 인터넷은행과 비교해보면 반드시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면서 "상호 간 실적을 비교해 봤을 때 앞으로 카뱅의 기업가치는 추가 상승할 여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 점포 0개 카뱅 vs 점포 6000개 시중은행
카뱅은 시중은행과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도 기업가치평가에서 다르게 봐야할 대목이다. 카뱅은 금융플랫폼기업으로서 영업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점포 운영비와 해당 인건비가 거의 없다.
실제로, 올해 1·4분기 국내 은행(특수은행 포함) 영업점 수는 6558개로 나타났다. 해당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11만6786명이다. 영업점당 임직원 수는 17.8명이다. 결국, 시중은행은 영업점 인건비 및 운영비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야한다.
기업문화 측면에서도 카뱅과 시중은행은 다르다. 시중은행은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 데 반해 카뱅은 비교적 개방적인 기업 문화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기가 보다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4년 간 카뱅의 성장 뒤에는 상대적으로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기업 문화가 있었다"면서 "이런 분위기 하에서 지난해 10대를 겨냥한 '카뱅 미니' 등과 같은 창의성 있는 서비스가 많이 나왔고, 이는 앞으로 카뱅의 기업가치를 더 높여줄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카뱅의 경우 시작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데다, 금융서비스에 개방형 운영체체(OS)를 사용해 시중은행 보다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신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언이다.
■ "은행 관점 아닌 금융플랫폼 관점에서 가치평가해야"
카뱅은 시중은행과 달리 '금융플랫폼'적인 측면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플랫폼 관점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은행 관점 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카뱅의 가치를 금융플랫폼 관점에서 23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이는 금융업의 본질이 금융 플랫폼 산업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금융플랫폼기업이 전통 금융사 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경우가 여럿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스퀘어, 페이팔, 로빈후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통 금융사인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그룹 등 보다 훨씬 높은 주가이익비율(PER)을 평가받고 있다. 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카뱅은 금융 플랫폼의 확장성을 보유한 은행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혁신적인 플랫폼 등을 바탕으로 한 성장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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