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메타버스가 온다

페이스북, 뇌 읽기 4년만에 포기했다…새롭게 주목한 기술 있다는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매경 인더스트리 리뷰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람들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2017년 봄은 세계 기술기업들이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뛰어든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새로운 뇌-인터페이스 회사 '뉴럴링크(Neuralink)'에 대한 뉴스가 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이 신생 기업은 전극 수천 개를 인간 뇌에 심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며칠 뒤 페이스북도 이 연구에 합류하면서 '빌딩8(Building8)'이라는 명칭부터 비밀스러운 신상품 개발부서가 생각만으로 1분당 문자메시지 100단어를 보낼 수 있는 헤드셋이나 헤어밴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페이스북 목표는 가상현실(VR)에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핸즈프리 인터페이스였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전직 관리이자 당시 빌딩8 하드웨어 부서 책임자였던 리기나 두건은 "뇌로 직접 문자를 보낼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라고 질문하고 "불가능해 보이겠지만 생각보다는 가까이에 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나온 답은 "전혀 가깝지 않다"는 것이다. 생각을 읽기 위해 광학기술을 사용하는 '사일런트 스피치(Silent Speech)'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겠다는 대단히 놀라운 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4년 후 페이스북은 이 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소비자의 뇌 신호를 해독하는 일은 아직 멀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뇌-문자입력(Brain-Typing)'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물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 마크 셰빌은 "우리는 이 기술에 대해 실질적인 경험을 많이 얻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데, 소비자 인터페이스로서 머리에 장착하는 광학식 '사일런트 스피치' 장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아마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페이스북 목표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 결과를 누구나 쓰고 벗을 수 있는 헬멧이나 헤드셋으로 구현하는 것이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두개골을 쪼개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뇌 수술이 필요한 제품은 결코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의회 청문회를 보고 싶지 않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특히 페이스북은 회사의 VR 포부와 꼭 들어맞을 수 있는 두뇌 제어 장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회사는 2014년 오큘러스 VR를 20억달러에 인수했다. 셰빌은 이를 위해 페이스북이 두 갈래 접근방식을 취했다고 말한다. 먼저 회사는 생각-대화(Thought-to-Speech) 인터페이스가 가능한지를 결정해야 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의 연구를 지원했는데, 이 연구에선 에드워드 창이라는 연구자가 인간 뇌 표면에 전극패드를 부착했다. 이식된 전극이 단일 신경세포에서 데이터를 읽는 반면, 뇌피질전도(ECoG)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상당히 넓은 면적에서 뇌 신호를 한꺼번에 측정한다. UCSF 연구진은 놀라운 진전을 이뤘다. 이런 전극패드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해독하는 기술을 시연해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도 발표했다. 피험자는 연구원들이 뇌졸중으로 언어 기능을 상실한 '브라보-1'이라고 부르는 36세 남성인데, 창 연구팀은 브라보-1이 뇌 표면 전극으로 분당 약 15개 단어 속도로 컴퓨터 화면에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기술은 말하는 상상을 하면서 혀와 성대를 움직이려고 할 때 이와 연관된 운동 피질에서의 뇌 신호를 측정한다.

이 같은 결과는 놀랍긴 해도 페이스북이 계획했던 것과 거리가 멀었다. UCSF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페이스북은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 연구소 등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머리 표면에 조사한 빛이 두개골을 통과하면서 비침습적으로 뇌 신경암호를 해독하는 방법을 알아내고자 했다. 이 기술들은 자기공명영상(MRI)과 마찬가지로 반사된 빛을 감지해 뇌로 흐르는 혈류량을 측정한다. 하지만 더 큰 한계를 드러냈다. 페이스북이 이룬 일부 개선을 포함해 최근의 진척된 연구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술은 신경신호를 충분한 해상도로 포착할 수 없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방법으로 감지하는 혈류는 신경세포가 발화한 지 5초 후에 생겨 컴퓨터로 제어하기에는 너무 느리다는 것이었다.

페이스북은 이제 2019년 9월 사들인 기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당시 페이스북은 'CTRL-Labs'라는 신생 기업을 5억달러 넘는 돈을 주고 인수했다. 이 기업은 근전도(EMG)라고 알려진 기술을 통해 사람 근육에서 전기 신호를 포착하는 손목시계형 장치를 개발해왔다. 이 장치는 제스처를 감지하거나, 어떤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페이스북이 VR 고글로 구축하고 있는 가상 세계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CTRL-Labs 고문인 스탠퍼드대 신경과학자 크리슈나 셰노이에 따르면 이 장치는 '놀랍도록 상세한 수준으로' 근육의 전기 활성을 기록할 수 있고, '여러 손가락에서, 실제 움직임이 거의 없이도'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블로그 게시물에서 페이스북은 "우리의 단기적 관심을 EMG를 이용한 손목형 신경 인터페이스에 집중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는 증강현실(AR)·VR용 입력장치 시장으로 가는 지름길이 있다고 믿는, 이미 입증된 성공 가능한 기술"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제 뇌 신호 해독을 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공개하고, 시제품 장치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다른 연구자들이 이 연구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리 = 신찬옥 기자]

※기사 전문은 MIT테크놀로지리뷰 코리아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