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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變動不居 보여준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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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다. 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해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5일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발표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DVD 우편 배달로 시작한 신흥 기술 기업이 '배트맨'을 보유한 할리우드 100년 역사의 상징을 집어삼킨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은 것이다. 한때 난공불락 같았던 워너브러더스 같은 전통의 강자조차 산업 구조가 극장에서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바뀌는 '변동(變動)'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신흥 기업에 흡수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할리우드는 오랫동안 극장 유통과 케이블 번들, 프리미엄 채널이라는 20세기식 유통 질서에 안주했다. 그러나 스트리밍 플랫폼이 TV 시장을 장악하자,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붕괴했다. 워너브러더스는 해리포터와 슈퍼맨, 반지의 제왕 등 막강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플랫폼 시대에 맞게 산업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플랫폼 기반 위에 글로벌 가입자를 확보하고 제작 역량을 업그레이드했다.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인수를 마무리하면, IP까지 확보하면서 '플랫폼 슈퍼 제국'을 구축하게 된다.

    이 같은 '변동불거'의 칼날은 한국 산업 전체에 대한 경고다. 워너브러더스가 무너진 것은 콘텐츠를 못 만들어서가 아니다. 산업의 구조가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제때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향후 기술패권 경쟁이 인공지능(AI) 기반의 플랫폼으로 재편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자동차·반도체·조선 등 핵심 산업이 중국에 흡수될 수 있다. 현대차가 자동차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주도권을 중국 회사에 빼앗기면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변동불거'의 세계에서 영원한 강자는 없다. 넷플릭스조차 미래의 혁신 기업에 무너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읽고, 적응하며 선도하는 능력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경직된 규제와 노사 문화, 과거의 성공 신화에 갇혀 '변동(變動)'을 거부하고 '안거(安居)'하려 한다면 몰락만이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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