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병사들이 무리를 지어 순찰을 돌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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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아프간 정부나 외국을 위해 일한 이들에 대한 보복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부르카(눈을 망사로 가리고 온몸을 덮는 의상)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총살당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지방경찰청장이 처형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탈레반 대원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서방 국가에 협력했던 아프간인들을 색출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탈레반 지도부의 얘기와는 상반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알자지라는 탈레반이 여러 민병대나 게릴라 세력이 통합된 느슨한 체제라 강력한 지휘 체계 수립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엔도 지난 6월 보고서에서 “탈레반 지도부는 대원들을 인솔하는 각지의 지휘관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자지라는 “향후 중앙 정부 구성과 주지사·시장 등 주요 보직을 나눠 갖는 과정에서는 탈레반 내 권력 다툼이 격화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탈레반 지도부의 자금줄이 묶여 있어 보상책을 이용한 지휘 통제 강화가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알자지라는 “미국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95억달러(약 11조원) 규모 외환 보유고가 묶여 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적은 인원으로 아프간 전역을 통치하는 과정에서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과도한 공포정치를 펼친다는 지적도 있다. 탈레반 전체 대원은 9만~1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지 일주일이 지나면서 시민들은 물가 급등과 은행 영업 중단 등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2일 카불에 국제 원조가 끊기면서 밀가루·기름·쌀 등 생활 필수품 가격이 10~20% 올랐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카불에 있는 은행이 폐쇄됐다고 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20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아프간 인구의 90%가 하루 2달러(약 2300원) 이하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탈레반 고위 지도자인 칼릴 알라흐만 하카니는 “아슈라프 가니 전 대통령, 암룰라 살레 전 제1부통령, 함둘라 모히브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용서했다”며 “가니 대통령의 귀국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고 파키스탄 지오뉴스가 보도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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