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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동맹은 "연장", 탈레반은 "레드라인"…바이든의 철군 시한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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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3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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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과 약속한 철군 시한을 일주일 앞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국인과 아프간 난민 대피를 위해 미군 주둔을 연장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철군 시한까지 미국인 대피를 마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탈레반이 "8월 31일은 레드라인"이라고 경고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탈레반과의 충돌을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화상 방식으로 열리는 주요 7개국(G7) 긴급 정상회의에서 동맹국 정상들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독일·프랑스 등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주둔을 연장해 더 많은 아프간인 탈출을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정부 "31일까지 미국인 대피 가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철군 시한을 연장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지금부터 31일까지 빠져나오길 원하는 미국인은 모두 나올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과 탈레반 고위 당국자가 매일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철군 시한 연장에 대해서는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밝히지 않았다.

설리번은 "우리는 이 문제를 하루 단위로 다루고 있다"면서 "계속 진전을 만들어낼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이 정확한 작전 형태와 범위에 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철군 시한 관련 질문에 "우리는 탈레반의 바람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도 그때까지 완료할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연장 가능성"→탈레반 "경고"→고심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ABC방송 인터뷰에서는 철군 시한까지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미국인이면 주둔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 백악관 연설 후 기자들과 문답에서는 "시한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우리 군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해 연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다음날 수하일 샤힌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8월 31일 모든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는 레드라인"이라면서 시한을 지키지 않으면 상응하는 "대가(consequence)"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레반은 카불공항에 있는 미 당국자에게 연장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8월 31일 이후 아프간에 남아있는 군 병력이 공격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백악관은 철군 시한을 연장해 미국인을 구할 것이라는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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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3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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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해도 미국인 대피에 주력, 9월 11일까지"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주둔 연장이 승인되더라도 대규모 아프간 난민 탈출 지원이 아닌 잔류 "미국인"을 데려 나오는 데만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른 당국자는 어떤 형태의 연장이든 간에 기간은 매우 짧을 것이며, 9·11 테러 20주년이 되기 전에 종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탈레반으로부터 보복 위기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미국 정부가 포기하게 되는 셈이다.

바이든이 철군 시한을 연장할지는 아프간 현지에 남은 미국인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 현재 남아 있는 미국인이 몇 명인지, 그중에 몇 명이 출국을 희망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피가 시작됐을 때 현지 미국인은 총 1만~1만5000명 정도였을 것으로 추산한다.

백악관은 카불 함락 전날인 지난 14일 이후 지금까지 아프간인을 포함해 총 3만7000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카불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대피 속도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동맹들은 주둔을 연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G7 화상 정상회의에서 탈레반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제안하고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시한 연장을 압박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프랑스도 시간을 더 달라는 입장이다.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철군 시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취약한 아프간인들에게 도덕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들을 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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