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진영에 ‘레드라인’ 경고
자국민·협력자들 대피 지연
군대 먼저 빠져 나올 수 없어
“CIA국장, 고위급과 비밀회담”
대피 시한 연장 등 논의 추정
G7 정상들도 “시간 더 필요”
탈레반 저항군 진압 준비 ‘전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22일(현지시간) 미군이 경비를 서는 가운데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 난민들이 미 공군 C-17 수송기에 오르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은 철군 시한인 이달 31일을 앞두고 아프간 대피 작전을 서두르고 있다. 카불=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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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국, 영국을 포함한 서방 진영에 오는 31일까지 아프간에서 철군을 완료하라고 못박았다. 아직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한 민간인이 많은 상황에서 군대가 먼저 빠져나올 수는 없어 철군 시한을 두고 서방과 탈레반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월31일 모든 군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는 ‘레드라인’”이라며 미군과 영국군이 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속 추가 시간을 원한다면 대답은 ‘아니오’”라며 시한을 지키지 않으면 “결과가 따를 것”,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도 그때까지 완료할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미국 등 서방이 이달 말 철군 시한을 지키긴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민간인 대피 속도를 끌어올리고는 있지만 역부족이어서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이후 미국과 아프간의 민간인을 포함해 총 3만7000명을 탈출시켰지만, 아직도 상당수가 현지에 남아 있다.
번스(왼쪽), 바라다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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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부(CIA) 국장이 탈레반의 실질적 지도자로 꼽히는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23일 카불에서 비밀회담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 보도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양측의 최고위급 만남인 이날 회담에서는 미군의 대피 작전 시한을 이달 31일 이후로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것이라고 WP는 추정했다.
탈레반을 피해 고향을 떠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접경지대인 파키스탄 남서부 도시 차만 국경에 쳐진 철조망을 통과하려 하고 있다. 아프간 난민이 몰려들자 파키스탄은 철조망을 치는 등 국경을 봉쇄하고 나섰다. 차만=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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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는 대피 작전의 안전한 수행을 위해 추가 파병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커비 대변인은 현지에서 카불공항 접근이 봉쇄된 350여명의 미국인을 수송하기 위해 헬기와 특수부대가 카불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군의 통제 범위를 ‘카불공항 내’로 한정했던 국방부 방침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철군 시한 연장 문제 등을 다루기 위해 24일 화상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도 소집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G7 의장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한 연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우리의 첫 번째 우선사항은 우리 국민과, 지난 20년간 우리를 도운 아프간 현지인들의 탈출을 완료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대피 작전이 오는 31일까지 혹은 그 이후 며칠 더 진행되더라도 우리나 미국이 원하는 만큼 탈출시키기엔 불충분하다”고 토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원들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자신들을 상징하는 깃발이 꽂힌 차량을 타고 수도 카불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카불=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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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탈레반이 저항군 진압 준비에 나서면서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탈레반 측은 카불 북부의 반대파 민병대 거점을 대부분 탈환했으며, 이어 반탈레반 저항세력이 진을 친 판지시르 계곡 쪽으로 병력을 이동시켰다고 주장했다. 과거 소련 등 외세와 맞서 싸운 역사적 항전지이자 반탈레반 저항군의 마지막 거점인 판지시르 계곡 일대는 탈레반 군대에 포위된 상태로 조만간 대규모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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