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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 "숙련된 아프간인 공항 탈출, 이젠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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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대변인 "현지 인력 국외 유출 통제할 것"
美 향해서도 "미군 철수 시한 지켜야" 거듭 경고
한국일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24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발언하고 있다. 그는 미국 등 외국군의 아프간 철수 완료 시한(31일) 연장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불=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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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이제부터는 아프간인이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것을 철저히 통제하겠다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현지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는 이유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을 향해선 이달 31일로 정해져 있는 철군 시한을 지키라고 재차 압박을 가했다.

아프간 현지 언론 톨로뉴스와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국 국적자는 카불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아프간 현지인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카불)공항 가는 길은 막혔다”고 쐐기를 박았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아프간인의 대피를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의사와 엔지니어 등 아프간 내 숙련된 인력을 국외로 유출시키지 말라”고 요구했다. 미국 등 해외 정부 기관과 함께 일했던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들의 탈출을 더 이상 손놓고 바라만 보고 있진 않겠다는 경고다.

미국이 당초 예정대로 이달 말까지 철군을 끝내야 한다는 종전 입장도 재확인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31일 이후로도 미군과 동맹국이 (군 병력의) 철수 작전을 계속한다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스스로 약속을 위반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전날에도 탈레반은 31일을 ‘레드라인’이라고 표현하면서 “철군 시한을 지키지 않을 경우 상응하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 등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날 화상으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선 아프간 철군 완료 시한을 다소 늦추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미국은 끝내 유럽 동맹국들의 ‘시한 연장’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앞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 지시로 비밀리에 카불을 방문해 탈레반 2인자이자 정치 지도자인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막후 협상을 벌였지만, 철군 시한 연장에 대한 탈레반의 동의를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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