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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아프간 '통치자금' 부족한 탈레반, 세계 마약 공급 늘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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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아편 생산 84% 차지…4년 전부터 필로폰도 본격 생산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20년 만에 다시 잡았지만, 서방세계 원조가 끊기면서 통치자금 부족에 시달릴 전망이다.

이미 아프간의 은행과 환전소가 문 닫고,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탈레반이 자금 마련을 위해 '마약 공급'을 늘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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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양귀비 재배지 자료사진
[로이터 자료사진=연합뉴스]



25일 AFP통신,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떠한 마약도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표했다.

그는 "지금부터 아무도 마약 거래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고, 아무도 마약 밀수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를 두고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인권을 존중하고,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겠다는 약속과 마찬가지"라며 못 믿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탈레반은 국제사회에서 테러단체로서 여러 가지 제재를 받자 자금 마련을 위해 최근 5년간 집중적으로 양귀비를 재배해 해외에 팔았다.

유엔 세계 마약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산 아편은 지난 2020년 한해 전 세계 아편 생산량의 84%를 차지했고, 대부분이 탈레반 점령지에서 재배한 양귀비로 만들었다.

특히 아프간은 최근 3년간 아편 생산량을 늘리면서 작년 한 해 양귀비 재배량이 전년 대비 37%나 증가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2019년 보고서에서 "아프간의 수출용 아편 관련 경제활동 가치는 11억∼20억 달러(1조2천억∼2조3천억원)로,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11%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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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기자회견 하는 탈레반 대변인
[AP=연합뉴스]



탈레반은 양귀비를 원료로 하는 아편, 헤로인뿐만 아니라 필로폰 대량 생산도 관여했다.

아프간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필로폰 생산량이 아편을 앞질렀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유럽 마약·마약중독감시센터(EMCDDA)의 작년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간은 약 4년 전부터 필로폰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아프간산 아편, 헤로인은 발칸주와 터키를 통해 주로 유럽국가들에 밀반입되고 있다.

아프간산 필로폰은 아프리카, 호주, 인도네시아, 스리랑카에서 이미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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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아프간 경찰 헤로인 단속에 적발된 피의자들
[EPA=연합뉴스]



마약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 이미지를 얻고, 개발자금을 얻기 위해 마약 생산·수출 금지를 발표하고, 실제 단속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드러낸다.

아프간의 아편 관련 책을 쓴 저자 데이비드 맨스필드는 "대부분의 필로폰과 아편 생산지역은 탈레반의 암묵적 통제하에 있다"며 "경제 붕괴는 더 많은 마약 생산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만약 정부에 자금을 댈 방법이 없으면, 정부가 제공하는 일자리도 없을 것"이라며 "(서방 국가들의) 광범위한 제재는 난민과 마약 생산량 증가로 이어져 유럽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탈레반이 일시적으로 마약 생산·수출을 금지하면, 전 세계 마약값이 폭등해 오히려 탈레반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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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아프간 경찰이 공개한 마약 밀수범
[EPA=연합뉴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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