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4 (화)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바이든, 철군 시한 준수 확인에 유럽 국가들 "관계의 상처에 소금 뿌렸다" 반발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아프가니스탄 피란민 등이 24일(현지시간) 아프간 카불의 하미드 카르지아 국제공항에서 미군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유럽 동맹국들의 연장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시한을 유지하기로 했다. 주둔 연장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 애초 계획대로 철군하기로 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 난 산처에 소금을 뿌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철군 시점을 두고 미국과 유럽의 입장이 갈린 이날에도 탈레반은 미국의 철군 시한 준수를 압박하며 아프간인의 출국은 더이상 허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빨리 끝낼수록 좋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8월31일까지 (대피 작전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는 우리의 임무를 완수하기로 결심했다”면서 “빨리 끝낼수록 좋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의 작전은 우리 군에 추가적인 위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주둔 연장에 따른 위험 증가를 고려해 오는 31일까지 작전을 끝내고 철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31일까지 임무 완료 여부는 우리가 수송하려는 사람들의 공항 접근을 허용하고 우리 작전을 방해하지 않는 등 탈레반이 계속된 협조에 달려 있다”고 조건을 달았다. 또 “나는 국방부와 국무부에 필요해질 경우 시간표를 조정할 비상계획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지 상황에 따라 시간표를 조정할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아프간에서의 목표 달성에 따라 임무를 예정된 시간에 끝낼 것이라고 통보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대통령은 오늘 아침 G7 정상회의에서 31일까지 끝마칠 수 있는 속도라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국방부의 권고를 수용한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카불 공항에서 커진 안보 위협에 대한 미군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군이 기한을 넘겨 체류하게 되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지부를 자처하는 IS-K 등의 테러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카불로 파견해 텔레반 측과 막후협상을 벌였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도 결심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군은 이미 단계적 철수를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미 카불 공항에서 일부 병력이 철수했다고 보도했다. 펜타곤은 아프간에 파견된 미군 병력이 최대 5800여명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800명이 빠져나왔고 현재 5000여명이 아프간에 잔류해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전날 새벽부터 24시간 동안 아프간에서 미군 수송기 37대가 카불에서 1만2700명을 태우고 출발하고, 동맹국 수송기 57대가 8900명을 대피시키는 등 총 2만1600명을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되기 전날인 지난 14일부터 미국 등이 대피시킨 인원은 5만8700명, 지난달 말부터는 7만5900명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유럽과의 관계에 소금 뿌렸다”

이날 G7 정상들은 화상 회의를 통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자국민 등의 대피 시한 연장 문제를 논의했다.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미군의 철수 시한 연장을 요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회의 전부터 더 많은 사람이 탈출할 수 있도록 시한을 미뤄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시한 연장을 요구했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시작 7분 만에 요청을 거절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G7 회의에서 유럽과의 관계에 난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돌아왔다”며 동맹과의 관계를 중시하겠다던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사태로 미국과 서방 선진국 간 균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국과 동맹국과의 국제적 허니문이 끝나는 순간”이었다면서 “서구 동맹국들이 ‘미국이 돌아왔다’는 의미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G7 정상들은 다만 회의 뒤 배포한 공동성명에서 “탈레반이 테러를 방지하고 여성, 소녀, 소수민족의 인권을 책임져야 한다”면서 “향후 아프간 정부의 정당성은 국제적인 의무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재 취하는 접근 방식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탈레반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탈레반 정부의 정통성 인정, 국제 사회의 경제적 지원 등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디언은 “수십년 간 온건한 탈레반이 존재한다는 것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서방 외교관들이 이런 지렛대에 탈레반이 반응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AP 통신은 이날 G7 회의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할 수 없다는 뚜렷한 실망감, ‘결정은 미국이 한다’는 체념 섞인 인정이 있었다고 묘사했다.

■탈레반, “아프간인은 이제 공항으로 못간다”

탈레반은 이날도 미국을 향해 철군 시점을 절대 연장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아프간인들이 탈출을 위해 공항으로 가는 것을 더이상 허락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미국이 예정대로 오는 31일까지 아프간 철수를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31일 이후로도 미군과 동맹군이 철수 작업을 계속한다면 바이든 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을 위반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의 목표는 국가재건”이라면서 “미국이 아프간의 숙련된 전문가와 기술자를 데려가고 있는데, 이를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앞서 탈레반은 오는 31일을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하며 약속을 어기면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또 “우리는 아프간인들이 떠나도록 두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공항으로 가는 길은 이제 막혔다. 아프간인들은 이제 거기 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외국인은 되지만 아프간인이 가는 건 막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더 많은 군중이 몰리면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압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아프간인들의 탈출을 부추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이윤정 기자 hermes@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경향신문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한 달간 무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