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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오래 머물수록 테러 위험”… 바이든, 8월 내 아프간 철군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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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비난에도 철수 시한 고수

테러단체들 활개 미군 복수 공언

英·佛 등 대피 시한 연장 주장에도

바이든 거부… 유럽 동맹 불만 높아

필요시 연장 위한 비상계획 지시

탈레반 “31일이 레드라인” 美 압박

美·英 등에 자국민 대피 이의 제기

‘12인 위원회’도 구성, 장관 등 임명

시진핑·푸틴, 전화로 대응 논의

세계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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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내외의 반대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달 말까지 철군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카불공항을 통한 자국민의 탈출을 묵인해 온 탈레반은 돌연 태도를 바꿔 아프간 국민의 이동을 막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 구성에 나선 탈레반은 직장 여성들한테 “당분간 출근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등 그간 감춰 온 본색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미군의 아프간 철수를 계획대로 이달 말까지 끝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철군은 빨리 끝낼수록 좋다”며 “우리가 아프간에 오래 머물수록 IS-K의 공격에 따른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IS-K’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지부를 자처하는 테러 단체다. 현재 카불 일대는 탈레반 외에도 알카에다, IS 등 여러 종류의 테러 단체가 활개를 치며 ‘미군에 대한 복수’를 공언하는 상황이다.

앞서 열린 G7(주요 7개국) 화상 정상회의에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아프간을 탈출할 수 있게 대피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거부당하는 등 심각한 이견이 노출됐다. 미국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같은 ‘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꺼내들어 관철시킨 것을 두고 유럽 동맹국들의 불만이 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부와 국무부에 만약 필요하다면 시간표를 조정하기 위한 비상 계획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31일까지 철수가 안 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탈레반은 다시금 31일을 ‘레드라인’으로 못박으며 미국을 압박했다. 미국, 영국 등 서방 군대가 자국민을 대피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목표는 국가 재건인데 아프간인들이 탈출하는 것은 불쾌하다”며 “더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1일까지 아프간을 떠나지 못하면 곧바로 탈레반의 보복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으로 즉각적 보복 위협에 노출된 아프간인이 최소 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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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공항 밖에서 경비를 서는 탈레반 대원들 모습. 탈레반은 자국민들이 카불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것을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카불=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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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간) 탈레반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민간인들이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 내에 임시로 마련된 수용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람슈타인=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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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발빠르게 ‘친 탈레반 행보’에 나섰다.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전화 통화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입을 모아 미국 등을 향해 “아프간에 대한 내정간섭과 외세 개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아프간 주재 중국 대사 일행은 최근 탈레반 고위 인사가 포함된 대표단과 만나 아프간 정세 등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 탈레반은 향후 아프간을 이끌 ‘12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주요 장관과 카불시장 등을 임명하는 등 차츰 정부 형태를 갖춰가는 모양새다. 동시에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근거한 통치 의지도 확고해지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탈레반은 최근 직장에 다니는 아프간 여성들에게 “당분간 외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 보안군(탈레반 대원)은 여성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훈련받지 않았다”며 “안전 조치가 완벽하게 갖춰질 때까지 여성들이 집에 머물 것을 요청한다”는 말로 여성들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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