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점 그래핀의 모습 [사진 제공 = I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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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꿈의 소재인 '그래핀'을 결점없이, 큰 면적으로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 로드니 루오프 연구팀은 접힘과 겹침 등의 결함이 없는 완벽한 단결정 그래핀을 대면적으로 제작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같은날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됐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 한층으로 되어있는 물질이다. 탄소가 서로 육각형 형태로 연결돼 벌집 모양의 평면구조를 이룬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이면서도 구조적,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하며 양자역학적 특성으로 뛰어난 전기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금속은 아니지만 전기가 잘 흐르고 열전도성은 높다. 현재 반도체에서 사용되는 단결정 실리콘보다 전자를 100배 이상 빠르게 이동시키고 구리보다도 100배 많은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다. 강철보다 200배 이상 단단하면서도 투명하고 유연하다. 그래핀이 '꿈의 물질'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종이보다 백만배 가까이 얇은 이 소재는 종이보다도 더 잘 접힌다. 너무 얇다보니 탄소가 여러층으로 겹쳐지기도(적층) 한다. 이런 결점이 생기면 그래핀은 본연의 성질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핀의 적층과 접힘은 전기적 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되고, 접힘 부분에서는 균열이 발생하며 강도가 떨어진다.
그래핀에 접힘이 발생하는 메커니즘 [사진 제공 = I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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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그래핀의 우수한 물성을 완벽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층과 접힘을 모두 없앤 '무결점 그래핀'이 개발되어야했지만, 지금까지는 전 면적에 걸쳐 순수하게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그래핀은 아직 개발되지 못했었다.
루오프 단장 연구팀은 지난 2019년 탄소 한층으로만 구성된 '적층없는 그래핀'을 개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래핀이 접히는 문제까지는 해결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래핀 생성 온도를 조절해 접힘이 발생하지 않는 그래핀 제작에 성공했다. 통상 그래핀을 만들 때는 1046.85℃(1329K) 이상의 고온에서 그래핀을 합성한 후 실온까지 냉각한다. 하지만 그래핀을 식히는 도중에 그래핀이 일부 접히는 문제가 생겼다. 연구진은 실험결과 756.85℃(1030K) 이상의 온도에서 접힘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래핀을 이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성장시켜 냉각해봤다. 이 결과 756.85℃ 이하에서 성장시킨 그래핀은 냉각과정을 거치더라도 접힘·적층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진이 만들어낸 가로 4cm, 세로 7cm 크기 무결점 그래핀의 전하 이동도는 6~8000㎠/Vs로 실리콘에 비해 7배, 기존 그래핀에 비해서도 약 3배 높았다. 전하이동도란 물질 내에서 전하 입자가 얼마나 잘 이동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전하이동도가 높을수록 더 적은 전력으로도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연구진은 대량생산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연구팀은 화학기상증착법을 통해 그래핀을 만들었는데, 구리와 니켈 호일을 기판으로 사용해 4×7㎠ 크기의 무결점 그래핀 5장을 동시에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화학기상증착법은 구리·니켈 등의 촉매기판을 탄소가스와 고온에서 반응시켜 탄소 원자를 증착시키는 방식으로 그래핀을 합성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을 5번 이상 반복했음에도 기판의 중량 손실이 0.0001g에 불과해 호일을 사실상 무한정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연구의 강점이다.
로드니 루오프 단당은 "이번 연구는 무결점 그래핀 개발을 위한 7년간의 장기연구가 결실을 맺은것"이라며 "향후 무결점 그래핀의 독특한 물성을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그래핀을 넓은 면적으로 합성하는 기술도 과거 국내 연구진이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2009년 당시 성균관대 소속 홍병희 교수 연구팀은 화학기상증착법을 이용해 반도체 공정에 적용이 가능한 10cm지름의 그래핀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메탄과 수소, 아르곤 가스를 혼합해 1000℃ 이상의 높은 온도로 가열하고 300㎚ 이하로 얇게 만든 니켈(Ni) 평면 촉매 위에 탄소 원자를 증착시키는 방법으로 그래핀을 지름 10㎝ 크기의 면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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