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군 후 새정부 구성 속도 전망…유화 메시지 쏟아내
미 협력자 처우 초미 관심…"본 모습 나올 것" 회의적 시선도
아프간 장악후 첫 기자회견서 설치되는 탈레반기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달 말로 예정된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철수 시한이 일주일도 남지 않으면서 외국군 철수 후 '탈레반의 아프간'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이목이 쏠린다.
탈레반이 그간 약속처럼 '포용 정부'를 구성해 정국 수습에 성공할지, 과거 같은 '공포 정치'가 재현될지, 아니면 내전과 시민 봉기 등 또 다른 형태의 대혼란이 빚어질지 아프간은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선 모양새다.
차에 탈레반 기 꽂고 카불 순찰하는 탈레반 [AP=연합뉴스] |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아프간 정부의 항복을 받아낸 탈레반은 이후 여러 유화 메시지를 쏟아냈다.
포괄적 정부 구성, 여성 인권 존중 등이다.
실제로 탈레반은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던 과거 통치기(1996∼2001년)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무원, 외국 협조자 등에 대한 사면령을 내렸고 시민 재산, 외교공관 등에 대한 약탈 금지도 지시했다.
새 정부 구성도 준비하며 '정상 국가'로 발돋움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정부를 이끌 고위 의사 결정 기구 '12인 위원회'의 윤곽도 조금씩 드러났다. 이 중에는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등 정부 고위 관료 출신도 여러 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 장관, 정보국장 등 정부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도 이어가고 있다.
미군 철군이 마무리되면 이런 움직임은 더욱 공식화되고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이러한 일련의 행보가 국제 사회의 비난 등을 우려한 '선전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탈레반은 아프간 독립기념일인 지난 19일 전국 여러 곳에서 국기를 든 시위대를 향해 발포, 여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없이 외출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도 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아프간 전 정부 인사들과 회동하는 탈레반 간부들.[AP=연합뉴스 자료사진] |
아직 아프간을 빠져나가지 못한 서방 국가 협력 현지인에 대한 테러로 우려된다.
사면령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이 이들을 색출하는 데 혈안이라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와중에 탈레반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외국인만 공항에 가는 것을 허용하겠다"며 아프간인의 탈출을 막아섰다.
현지에서 고립된 서방 협력자들은 공포에 떨면서 탈레반의 처우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즉각적인 보복 위협에 노출된 아프간인이 최소 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탈레반이 결국에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전면에 내세우며 공포 정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탈레반은 '장밋빛 약속'을 내놓으면서도 그 틀은 샤리아 법(이슬람 율법)가 돼야 한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1996년 집권 전에도 포용 메시지를 발표했지만 정작 통치에 들어가자 샤리아 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당시에는 음악, TV 등 오락은 물론 여성의 취업, 외출 등에 제한이 가해졌다.
실제로 탈레반의 잔혹한 통치 기간을 경험한 시민 상당수는 '본 모습이 곧 나올 것'이라는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
아프간 국영 TV의 유명 앵커인 카디자 아민은 최근 자신과 여성 직원들의 무기한 정직 소식을 전하며 "탈레반은 탈레반으로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7월28일 중국서 만난 중국 왕이 부장(오른쪽)과 바라다르 탈레반 부지도자. [신화통신=연합뉴스] |
탈레반은 아프간 장악에는 성공했지만 여러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이다.
알자지라방송은 최근 탈레반은 국민의 인정, 10만명 미만의 병력, 정부 운영시스템(거버넌스), 과거 집권기 행태의 반복 여부, 정부 운영자금, 권력 통제 등 6가지 난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경제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아프간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아프간 정부 예산 중 미국 등의 지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80%에 달하는데 이에 대한 자금이 동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난이 악화할 경우 시민들이 봉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부 판지시르 계곡에는 반탈레반 저항군이 집결, 이들과의 내전 발발 가능성도 큰 상태다.
탈레반은 이런 상황으로 인해 정식 집권 후 국민을 더욱 압박해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하거나 국제 사회의 인정 속에 새로운 아프간을 건설해야 하는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도부의 공식 입장은 국제사회와 손잡고 정상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탈레반의 대외 홍보창구인 문화위원회 소속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는 최근 연합뉴스에 전한 탈레반 공식 입장을 통해 "우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아프간의 합법적인 대표 정부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발키는 이 입장에서 "모든 국제 규범도 충실히 지킬 것"이라며 전향적인 태도도 보였다.
현재 탈레반의 아프간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나라는 중국, 파키스탄 등 극히 일부 국가뿐이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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