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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날라오면 무방비 상태”…‘갑질 공포’에 떠는 택시기사들[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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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운전자폭행 2894건…하루 8건 꼴

구속은 1% 내외…솜방망이 처벌 논란

승차거부 불가, 기사가 알아서 조심해야

전문가 “금주치료 의무화 고민해야”

헤럴드경제

택시 사진.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헤럴드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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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택시기사들이 승객의 갑질과 폭행으로부터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에 이어 복싱 챔피언 장정구 씨까지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와 전문가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문제 삼으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운전자 폭행 사건은 ▷2018년 2425건 ▷2019년 2587건 ▷2020년 2894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하루 8건 정도 운전자 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해 구속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1% 안팎에 그치고 있다.

운전자 폭행죄는 운행 중에 일어났을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 적용된다. 특가법은 승객이 승하차를 위해 정차한 상황을 포함해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협박하거나 폭행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로 처벌한다.

법무법인 한결의 박상융 변호사는 “(처벌 규정에) 하한선이 아니라 상한선만 나와 있어 법정형이 사실상 낮은 편이다”라며 “또 택시기사는 승객이 한 명인데 비해 버스는 사람이 많아 같은 운전자 폭행이라도 버스기사를 폭행하면 처벌이 더 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처벌 못지 않게 (주취자들의) 나쁜 술버릇을 고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폭행한) 주취소란자들을 알코올 중독 치료소에서 금주치료를 받게 하는 등 조건부 불구속 같은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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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운전자 폭행 사건 발생·검거 현황[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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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들은 개인이 알아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취객을 거부했다가는 승차거부로 신고를 당하기 일쑤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50대 택시기사 A씨는 “손해를 본 듯 일을 해야 갈등이 없다”며 “만취 상태의 주취소란 승객의 경우 일부러 돈을 안 받고 데려다 준 적도 많다”고 말했다.

15년 경력의 택시기사 B(58) 씨는 “기사는 앞을 보고 있어 뒤에서 손님이 공격하면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혹여 목졸림을 당해도 (기사가) 목을 잡기보다는 안전벨트를 먼저 풀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는지 나름의 대처법을 생각해 두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C(71) 씨는 운행 중 자신을 폭행한 만취 승객과 경찰서까지 갔지만 결국 합의를 해줬다. C씨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같이 온 부인이 싹싹 빌더라”며 “나도 영업을 나가야 되는 상황이라 가져온 10만원을 받아주고 끝을 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택시업계는 처벌 강화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갑질’은 열등감과 상대에게서 비교우월감을 느끼려는 심리 때문에 약자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며 “술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주취자는 더 강하게 처벌해야 된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취자들은 몸을 가누지 못할 때 택시를 타는데 알코올 효과 때문에 자신이 가중처벌 된다는 사실조차 인지 못하기도 한다”며 “사회 자체가 술을 많이 먹는 걸 용납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정책팀 민장홍 대리는 “기사님들이 하루하루 버는 분들이라 구토나 주취자랑 엮이면 하루를 버리게 된다”며 “운송약관이 있긴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사실상 없어 (갑질 폭행이 일어나면) 적절한 수준의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 대리는 일각에서 나오는 택시 내 가림막(보호격벽) 설치에 대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지만 하루 10시간 이상 차에서 일하는 기사님들의 입장에서 편리한 제작 방식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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