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현지 협력인 대피성공…日은 자국민도 실패 구출 ‘0’
韓 제2지집결지 버스이송 성공·日은 공항 자력진입 요구
카불공항 폭탄테러 치안 악화…日도 버스 단체이동 검토
日 인터넷선 “韓 멋진 일”…자위대 “정부, 판단 미스” 분노
한국은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의 국내 수송에 성공한 것에 비해 일본의 경우 현지 협력자는 물론 자국민 탈출도 순조롭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간 카불국제공항 폭탄 테러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NHK 등 일본 매체도 한국의 아프간 협력자 도착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일본 NHK 방송이 26일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 수송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NHK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 수송작전 시한 오늘로 상정
일본 정부는 27일 일본 자위대 등 각국 정부와 군부대의 주요 탈출 루트인 카불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비상이 걸렸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자위대가 철수해야 할 수 있다. 반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아프간에 남아 있는 일본인, 일본대사관 및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에서 근무한 현지 직원과 그 가족 등 수백명을 대피시키기 위해 항공자위대 C-130 수송기 2대와 C-2 수송기1대를 인접국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공항에 배치한 상태다.
25일에는 C-2 수송기를, 26일에는 C-130 수송기를 카불공항에 연거푸 파견했으나, 대피 희망자가 공항에 도착하지 못해 이송을 단념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공항 폭탄 테러로 인한) 폭발에 앞서 26일 현장 공항에는 일본 정부가 파견한 자위대 C-130 수송기 1대가 착륙해 있었다”며 “그 시점에서 퇴피 희망자가 모이지 않아 그대로 거점으로 하는 이슬라마바드 공항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대피 지원 대상은 최대 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미군의 철수 시한이 금월말(8월31일)로 촉박해 (일본)정부는 자위대가 현지에서 활동 가능한 것은 27일까지로 상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26일 자위대 수송기를 이용한 아프간 잔류 일본인 등에 대한 대피 지원을 27일까지 실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한·일 수송작전 성패 가른 계획·순발력
한·일 수송작전의 성패를 가른 것은 결국 사전준비와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순발력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카불공항은 몰려든 피란민으로 인해 접근이 어려운 대혼란 상황이었다.
우리 정부는 제2의 집결지를 지정하고 공항까지 대피 희망자를 미군 지원 하에 버스로 이송한 것에 비해 일본 정부는 공항까지 자력(自力) 이동을 중심으로 작전을 전개했다. 자위대는 카불공항에서 이착륙 근거는 확보했으나 공항 밖의 대피 희망자를 공항 내로 이동시키는 것이 벽이 된 것이다. 공항까지의 검문소는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대피 희망자가) 공항까지 오는 것이 어렵다”고, 일본 방위성 간부는 “답답하지만 이쪽(자위대)은 지금 가능한 것을 (최대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이번 폭탄 테러로 일본 정부의 수송작전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폭발 테러로 치안이 악화하면서 탈레반 측의 경계가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도 한국식 이송 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외무성 간부에 따르면 대피 희망자를 지정 장소에 집결시켜 한 번에 버스로 이동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일본 항공자위대 C-130 수송기가 지난 25일 일본인과 일본 협력자 수송작전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인접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26일 아프간 카불공항에 투입했으나 대피 희망자가 공항에 모이지 않아 이슬라마바드공항으로 귀환했다. 유튜브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자 그대로 기적이었던 ‘미라클 작전’
김만기 국방부 정책실장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작전을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김 실장은 “우리 외교부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며 “카불 지역에 보면 통신도 제한된 부분이 많이 있고, 실제 카불공항의 현지에 거기 간 인원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전파 간섭들이 굉장히 많아서 끊김 현상이 많았다. 그런데 이게 정말 기적적으로 모든 희망자하고 소통이 됐다”고 했다.
이어 “대사관에서 대상자를 선정할 때부터 잘 이렇게 관리가 돼 있었다. 그다음에 어떤 우발상황이 되면 ‘이렇게 이렇게 하라’라고 하는 것들이 잘 짜여 있던 것 같다”며 “그래서 그런 것들이 아주 조직적으로 잘 돼서 이번에 그런 제한상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가 있다”고 했다.
접근이 차단된 공항 이송 작전에 대해서는 “공항 인근에 저명한 지역을 선정해서 ‘그쪽으로 모이라’ 이렇게 지정을 해 주고 거기에 모이면 수송할 버스를 대기하고 있었다. 버스를 대기하고 있다가 그쪽에서 모이면 태우고 버스로 이렇게 (공항으로) 들어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탈레반 검문소와 관련해서는 “탈레반이 검문하는 곳을 꼭 통과해야 한다”며 “그래서 탈레반 기지를 통과할 때 특별히 정말로 미군 승인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탈레반과 미군은 철수와 관련해서 미군이 승인하는 인원에 대해서는 철수해도 좋다는 일부 약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미군의 도움을 받아서 탈레반의 검문소를 통과해서 이렇게 들어오게 되는 상황에서 정말로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며 “300여 명이 기지 안으로 들어온다고 했을 때 정말 기쁘고 ‘이번 작전은 참 잘했구나’라는 생각을 해서 정말 저희가 작전명을 기적인 미라클(Miracle)이라고 했는데 ‘정말 이렇게 기적이 일어나는구나’라고 해서 아주 정말 기쁘게 다들 했던 생각이 난다”고 했다.
일본 항공자위대 C-2수송기가 지난 23일 아프간 내 일본인과 일본 협력 협력자 수송작전을 위해 이륙에 들어가자 관계자들이 손을 흔들어 환송하고 있다. 일본 항공자위대 이루마기지(사이타마현)=EPA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 네티즌 이례적 “한국, 대단” 호평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본 방위성과 자위대에선 “현지 정세를 충분히 알지 못하면서 안전하다며 파견해 대원이 위험에 처했다. 정치 판단의 미스가 분명하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방위성 간부는 “(아프간 주재 일본) 대사관 직원들이 먼저 대피하고 외무성이 다양한 채널로 (대피 작전 성공을 위해) 탈레반과 의사소통을 하려고 했지만 무리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방위성 간부는 “빨리 움직였으면 다른 전개도 있을 수 있던 것 아니냐”며 “지금은 대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국군의 아프간 현지인 수송작전 성공 후 혐한(嫌韓)이 넘쳐나는 일본 인터넷 공간에서도 오랜만에 한국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일본어 매체의 보도를 접한 네티즌은 “순수하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인은 공항에 도착하지 못해 탈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아프간인 391명을 탈출시키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다. 객관적으로 멋있는 일은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본도 한국과 경쟁할 필요는 없지만 무엇인가 사실을 남겨놓는 것이 좋을 거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웃 나라 이야기로 여러 가지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일본은 의사 결정이 지나치게 늦다”고 지적했으며, 다른 네티즌은 “훌륭하다. 칭찬할 가치가 있다. 한국 정부는 확실히 결단력과 실행력이 있다”고 했다.
유럽·유럽연합(EU)관계 연구자이자 집필가인 이마이 사오리(今井佐緖里)는 프랑스와 일본의 대응을 비교하는 글에서 “일본에서는 ‘(이번 사태가) 처음 있는 일이니까 (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아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며 “그러나 한국은 한국 정부에 협력해서 일한 현지인과 가족 391명을 무사히 카불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