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 수송기 C130이 아프가니스탄 대피 작전을 위해 지난 25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도착해 있다. 이슬라마바드=교도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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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지난 26일 밤 아프가니스탄에서 잔류 일본인과 아프가니스탄인 직원, 가족들을 버스에 태우고 카불 공항으로 이동하다 폭탄 테러 발생으로 포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테러 발생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돼 자칫 자위대 수송기를 이용한 아프간 대피 작전 자체가 실패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27일 NHK는 전날 밤 일본인을 포함해 대사관과 국제기구 소속 아프간인 직원 등 대피 희망자 수백 명이 20대 이상의 버스에 나눠 타고 카불 공항으로 출발했지만, 이동 중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폭발로 이동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알려진 대규모 테러로 치안이 더욱 악화된 데다 공항까지 설치된 다수의 검문소에서 탈레반이 엄격한 검문을 하고 있어, 공항까지의 이동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26일 테러 발생 전 일본 정부는 항공 자위대의 C2 수송기와 C130 수송기를 25, 26일 이틀에 걸쳐 카불 공항에 파견했다. 그러나 대피해야 할 사람들이 공항에 도착하지 못해 아무도 싣지 못한 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으로 돌아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2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정세가 유동적이고 예측 불허 상황이지만, 노력을 더 계속해 나가고 싶다”며 26일 테러에도 불구하고 구조 노력을 중지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다. 하지만 기시 노부오 방위장관은 대피 가능한 시한을 27일까지로 밝혀, 사실상 시간 내 대피 작전을 완료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대피 작전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시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일본 정부가 22일에야 카불 공항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외무·방위성 정보 수집팀을 파견했다고 전했다. 자위대에는 바로 다음 날인 23일 정오에 파견 명령이 내려지고 6시간 후에 바로 1진이 이륙하는 등 매우 급박하게 진행됐다.
작전이 실패 위기에 처한 데다 대규모 폭탄 테러로 현지에 파견된 자위대 대원의 안전도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자, 방위성 내부에서마저 작전 지시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과 자위대에선 “현지 정세를 충분히 알지 못하면서 안전하다며 파견해 대원이 위험에 처했다. 정치의 판단 잘못이 분명하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위성 간부는 교도통신에 “대사관 직원들이 먼저 대피하고 외무성이 다양한 채널로 탈레반과 의사소통을 하려고 했지만 무리였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방위성 간부는 “빨리 움직였으면 다른 전개도 있을 수 있던 것 아니냐”며 “지금은 대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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