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육 등 핵심 관리 이미 임명”
여성 각료 임명 관련해선 답변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 카불=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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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새 내각 구성이 1~2주일 안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신장’ 약속의 진정성 여부를 판가름할 여성 각료 임명에 대해 탈레반은 말을 아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1~2주 내 정부 내각 구성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공중보건부와 교육부, 중앙은행 등 핵심 정부기관을 운영할 관리들은 이미 임명됐다”고 말했다.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외국 원조가 끊기고 물가가 치솟으며 아프간은 극심한 경제난에 처한 상태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경제난이 완화하고 아프간 화폐의 가치 하락도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된 뒤 문을 닫은 아프간 은행들을 상대로 영업 재개를 명령한 사실도 공개했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 때와 같은 여성 인권 탄압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실제로는 여성들한테 부르카 착용을 강요하고 외출 금지령을 내리는 등 여권 퇴보 조짐이 확연하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새 내각에 여성 장관이 입각할 것인지에 대해 “지도부가 결정할 문제이며 어떻게 결정할지는 예상할 수 없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아프간 새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을 노린 듯 무자히드 대변인은 “미국 등 서방국이 31일까지 철수를 끝낸 뒤에도 외교관계를 유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외국에 ‘정상 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최근 농가에 아편 원료인 양귀비 재배 금지령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국들은 탈레반을 아프간의 공식 정부로 인정할지 여부를 두고 신중한 표정이다.
최근 카불공항에서 미군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은 탈레반 입장에서도 처단해야 할 ‘적’이다. 아프간 주재 드미트리 쥐르노프 러시아 대사는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과 IS 사이에 타협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카불공항 테러는 미국이 아닌 탈레반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탈레반의 범죄 수사기관은 카불 서부에서 IS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6명을 체포한 사실을 공개하며 “4명은 아프간인이지만, 2명은 말레이시아인”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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