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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이슈 세계 금리 흐름

韓 ‘집값’ vs 美 ‘고용’…금리 인상에 대한 한미의 엇갈린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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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오른쪽) (출처=AP연합,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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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에 선을 그었다. 한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집값과 가계부채 등 자산 가격을 잡기 위해 인상을 단행했고, 미국은 고용지표가 아직 목표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인상에 신중한 모양새다. 양국의 유동성 관리에 대한 접근이 달라진 상황에서 주식 시장이 지역 간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8월 27일(현지 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언급했지만 긴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경제가 기대만큼 광범위하게 발전한다면 올해 안에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며 처음으로 ‘연내 테이퍼링’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아직 멀었다”며 “Fed가 테이퍼링에 착수하더라도 이를 금리 인상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파월 의장이 긴축에 신중한 이유는 고용지표가 아직 목표치에 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Fed는 앞서 긴축의 전제 조건으로 2%대 물가상승률과 3%대 실업률의 완전 고용을 내세웠다. 물가상승률은 조건을 넘어선 지 오래지만, 고용지표는 아직 목표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파월의 생각이다.

실제 Fed가 주로 참고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3.6% 올라 목표치인 2%를 웃돌았지만, 실업률이 5.4%를 기록하며 목표치인 3%대에 도달하지 못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월이 고용 상황의 추가 진전 필요성과 조기 긴축 정책에 따른 위험성 등을 강조했다”며 “이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경기 침체 우려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Fed의 정책적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기존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15개월 만의 인상이다.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주요국 중 처음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며 미국의 유동성 관리 정책과 다른 노선을 걷게 됐다.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그동안 누적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지만 지체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한은이 빠르게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유는 부동산과 가계부채 등 자산 가격 급등으로 인한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현 정부 들어 각종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며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가계부채 역시 2분기 말 1805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41조2000억원 늘어났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제 주체들의 차입 비용이 높아지고, 위험 선호 성향이 낮아지면서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 가격 상승을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미 간 유동성 관리 정책이 엇갈린 상황에서 주식 시장의 디커플링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남중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9월 글로벌 증시에 디커플링이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증시는 악재 영향이 짧게 끝나고 강한 반등이 펼쳐져도 그 외 국가의 반등세는 여전히 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선진국은 집단면역이 가시화되며 공급 차질 해소, 서비스업 회복 등이 예상된다”며 “Fed의 테이퍼링 계획 발표와 선진국의 소비 품목 변화는 수출 중심 신흥국 증시의 상승 탄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한다고 해서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며 “우리나라 주식 시장을 이끄는 것은 외국인인데, 외국인은 우리나라의 금리보다는 Fed의 통화 정책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문지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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