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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게임정책과 업계 현황

셧다운제 폐지 며칠됐다고…中 초강력 규제 韓게임에 또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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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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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국내 게임업계가 일주일 만에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국내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발표 일주일 만에 중국발 초강력 셧다운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넥슨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등 이미 중국에 자리잡은 게임사부터 새롭게 도전장을 낸 게임사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국내 게임 대부분이 성인 대상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여서 실질적 타격은 적을 전망이다.

중국 게임산업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서는 30일 18세 미만 청소년은 금·토·일요일과 공휴일 오후 8~9시 1시간만 게임을 할 수 있게 했다. 일주일에 약 3시간만 게임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청소년의 게임 접속이 원천차단된다. 주중 1시간 30분, 주말 3시간 동안 게임을 허용했던 기존 규제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지난 3일 중국 관영매체가 게임을 '아편'에 비유한 만큼 중국의 규제 강화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규제 수위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싱가포르 증권사 UOB카이히안의 스티븐 렁 전무는 "주3일 규제는 너무 빡빡하다"라며 "이런 정책은 텐센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의 게임규제가 점차 줄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혀 멈추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중국 최대 게임기업인 텐센트는 즉각 자세를 낮췄다. 텐센트는 당국 발표가 나오자마자 "당국이의 정책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고 가능한 한 빨리 관련 요구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외신에 따르면 텐센트의 중국 게임매출 중 미성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 미만이어서 매출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넥슨 '던파 모바일' 中 출시 유예…펄어비스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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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게임업계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특히 텐센트와 혈맹을 맺은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넥슨 자회사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진출에 성공한 대표 PC 온라인게임으로, 텐센트에서 받는 로열티 수익이 한해 2조원에 육박한다. 다행인건 이들 게임도 미성년자 이용자 비중이 낮다는 점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아예 중국에 청소년 버전을 출시하지 않았다.

1년째 중국 출시가 미뤄진 넥슨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비롯해 중국진출을 앞둔 게임사엔 악재다. 앞서 텐센트는 지난해 8월 던파 모바일 중국 출시를 하루 앞두고 돌연 "미성년자 게임 의존 방지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며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업계에선 텐센트가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던파 모바일 출시를 유예했다고 본다. 텐센트에 대한 당국 규제가 세질수록 던파 모바일 출시도 요원해지는 셈이다.

최근 중국에서 사전예약을 시작한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텐센트와 그 회사가 투자한 현지 퍼블리셔(유통사) 아이드림스카이가 검은사막 모바일을 공동 퍼블리싱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의 '텐센트 때리기' 불똥이 자칫 펄어비스로 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전날 역대 최고가를 찍은 펄어비스 주가는 이날 오후 1시23분 기준 6.67%나 떨어졌다.

이에 대해 펄어비스 측은 이날 신작게임 '도깨비'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관련 질문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넥슨은 "아직 규제에 대한 영향을 말하기 어렵다"라며 "해당 정책에 대한 향후 동향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마음만 먹으면 모바일도 규제…"中 리스크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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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는 최근 텐센트와 중국에서 '검은사막 모바일'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사진=펄어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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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규제가 국내 게임산업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국내 게임 대부분이 모바일 MMORPG여서 직접적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판호를 받아 중국에 출시할 수 있는 게임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MMORPG의 주력 연령대도 19세 이상 성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국내 게임사가 느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올 1분기 매출의 71.8%가 텐센트에서 나온 크래프톤은 인도·중동·북아프리카 등으로 시장 다변화 의지를 나타냈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3N도 북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게임을 준비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중국만 바라보는 게임사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임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부정적 인식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온라인뿐 아니라 모바일게임 산업까지 규제할 수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이었다면 시행하지 못했을 규제가 중국에선 실현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국가가 개인과 기업의 자율권을 뺏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중국 리크스는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임뿐 아니라 중국과 사업을 하는 모든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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