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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바이든 "아프간 주둔 美 국익에 반해…철군은 미국 위한 최고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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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1일 대국민 연설에서 자신의 아프간 철군 결정을 옹호했다. [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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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결정이고, 현명한 결정이었으며, 미국을 위한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믿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한 자신의 결정을 강한 어조로 옹호하고, 17일간 12만 명을 수송한 대피 작전을 "대단한 승리"라고 추켜세웠다.

백악관에서 "아프간 전쟁은 이제 끝났다"고 종전을 선언한 자리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과 외교관을 태운 마지막 수송기가 카불 국제공항을 이륙한 지 24시간 만에 처음으로 국민 앞에 서서 26분간 연설했다.

혼란을 야기한 자신의 선택은 불가피했고,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바이든은 "나는 이 영원한 전쟁을 연장할 생각이 없었다. 영원한 퇴장 역시 연장할 생각이 없었다"며 철군을 정당화했다.

테러로 미군 13명이 목숨을 잃고, 미국인 100~200명을 남겨두고 철수한 데 대한 비판에는 "더 나은 철군 방법은 없었다"고 단언했다. 때로는 격앙된 듯 목소리를 높였고, 손가락으로 연단을 소리 내 두드리기도 했다.



"아프간 주둔, 美 국익에 기여하지 않아"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 남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우리 국민의 중요한 국익에 기여하지 않는 전쟁을 계속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을 막는 것 외에 아프간에 중대한 이익은 없다"면서 전쟁은 10년 전에 끝났어야 했다고도 했다.

그는 "나는 아프간 전쟁을 치르는 네 번째 대통령"이라며 "지난 대선 때 이걸 끝내기로 약속했고, 나는 그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에게 솔직해질 때가 됐다"면서 "우리는 아프간에서 더 이상 기약 없는 임무에 명확한 목적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세상 바뀌어…중국·핵확산에 맞서야"



바이든은 "세상이 바뀌었다"면서 미국의 전략도 따라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은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와 다방면에서 도전과제를 다루고 있다. 사이버 공격과 핵확산에 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 철군으로 새로 확보하게 되는 자원을 중국과 전략적 경쟁이 벌어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투입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이 아프간에서 또 다른 10년간 발이 묶이는 것보다 더 바라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경쟁에 있어 이런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천 명 파병하는 군사작전 시대 끝나"



바이든은 아프간 철군은 아프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외교 정책 전반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결정은 단순히 아프간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다른 나라를 재구성(remake)하기 위해 증대한 군사 작전을 벌이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국 외교정책과 미군 작전 양상이 달라질 것을 시사했다. 군사 기술 덕분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키지 않고, 적진에 발을 딛지 않고도 대테러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상전을 할 필요가 없다. '오버 더 호라이즌(드론 등 무인기 이용)' 공격으로 미군이 그 땅에 발을 들이지 않고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미군 수천 명을 파병하고, 수십억 달러를 쓰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 정권, 국민, 아프간인 탓으로 돌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말했지만, 연설 대부분은 전 정권과 군, 미국 국민과 아프간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데 할애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레반과 올해 5월 1일까지 철수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떠나느냐 확전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바이든은 "대피를 좀 더 빨리 시작했어야 한다, 더 질서 있게 할 수 있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비판론자들을 직접 겨냥해 목소리를 높였다.

"6월이나 7월에 대피를 시작했다고 치자. 내전 한가운데로 미군 수천 명을 투입하고, 12만 명을 대피시킨다면 많은 사람이 공항으로 몰려들고 정부 통제도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우리가 직면했던 것 같은 복잡함, 도전, 위협 없이 전쟁 끝 무렵에 대피하는 방법은 없다. 전혀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뿐만 아니라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비판했다. 과거의 실수에서 배워야 한다며 "명확하고 성취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미국의 근본적인 국가안보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과거 대통령들이 그렇지 못해 아프간 전쟁이 불필요하게 길어지고 희생을 키웠다는 의미다.

아프간 정부도 탓했다. 30만 명에 이르는 아프간 정부군이 그렇게 빨리 무너질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의 도주를 언급하며 "부패"와 "불법행위"가 문제였다고 남 탓을 했다.

카불 공항에서의 군사 수송 작전을 8월 31일 이후로 연장하지 않고 끝내기로 한 결정은 "민간과 군 자문관이 만장일치로 권고"한 것을 그대로 따랐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에 남게 된 미국인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도 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 3월 이후 "19회나" 미국인들을 접촉해 빨리 뜨라고 경고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당사자가 결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은 미국인 구출할 것…탈레반, 이동자유보장해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7일간 미국인 5500명과 아프간인 등 10만 명 이상을 대피시켰다면서 "역사상 최고의 공수 작전"이라고 자찬했다. 미국은 동맹을 규합해 초고속으로 대피 작전을 벌일 수 있는 능력과 기술, 용기를 가진 세계 유일한 나라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잔여 미국인들이 아프간을 떠날 수 있도록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미국인의 대피에는 "마감시한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인 100~200명이 아직 아프간에 남아있고, 미국에 조력한 아프간인 수만 명을 대피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군사 작전을 종료한 것을 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실패라는 초당적 비판이 나왔다.

야당인 공화당과 친정인 민주당도 혼돈과 유혈 사태로 퇴각한 것은 미국에 수치심을 주고, 적에게는 자신감을 줬다고 평가한다.

다만 미국인들의 무사한 탈출을 위해서는 탈레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시인했다. 바이든은 "탈레반은 이동의 자유를 주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100개국 공동 성명 등도 탈레반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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