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정세 변화에 '파트너'로 조금씩 인정 분위기
아프간 내 인도인 안전·극단주의 세력 차단 등 논의
8월 12일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 로비를 걷고 있는 주카타르 인도대사 디파크 미탈(가운데). [AFP=연합뉴스]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과 처음으로 공식 외교 접촉을 시작했다.
인도는 20년 넘게 탈레반을 테러리스트 조직이라며 무시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정세 변화에 따라 탈레반을 새로운 외교 파트너로 조금씩 인정하는 모양새다.
1일 더힌두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디파크 미탈 주카타르 인도 대사는 전날 카타르 도하에서 셰르 모함마드 압바스 스타네크자이 탈레반 정치사무소 대표와 만났다.
탈레반은 도하에 대외 창구격인 정치사무소를 두고 그간 미국, 아프간 정부 등과 평화협상을 벌였다.
인도 외교부는 이번 만남이 탈레반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며 양측은 아프간에 남아 있는 인도인의 안전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프간에는 수도 카불(약 140명) 등 여러 곳에 인도인이 체류 중인 상황이다.
양측이 공식적으로 외교 접촉을 하고 인도 정부가 이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양측은 지난 6월 도하에서 비밀회동을 가졌다고 보도됐지만 인도 정부 등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인도 외교부에 따르면 미탈 대사는 이번 만남에서 아프간이 반인도 테러 세력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인도는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으로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분쟁지 카슈미르 등에서 본격적으로 반인도 공격을 벌일 수 있다는 점에 긴장하고 있다.
이에 스타네크자이 대표는 해당 문제를 긍정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답했다고 인도 외교부는 전했다.
탈레반은 이번 만남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8월 12일 카타르 도하에 도착한 탈레반 평화협상 대표단. [로이터=연합뉴스] |
인도는 탈레반의 과거 통치기(1996∼2001년)부터 미국 등과 함께 반(反)탈레반 세력인 북부 동맹을 지원했다.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미국의 침공으로 무너지고 친미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자 정부와의 관계에 사실상 '올인'했다..
탈레반이 인도와 앙숙인 파키스탄과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고려해 이와 대척점에 있는 정부와 관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인도는 외교 관계뿐 아니라 아프간 내 시설 투자 등에도 공을 들였다.
그동안 인도는 아프간의 댐과 학교, 도로 등 국가 기반시설(SOC) 구축과 관련해 400여개 프로젝트에 30억 달러(3조5천억원)를 투자했다.
아프간과의 우호 상징으로 71억루피(1천120억원)를 들여 국회의사당을 지어주기도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5년 12월 아프간 국회의사당 개관식에 직접 참석했고, 당시 모디 총리 방문 전후로 러시아제 Mi-25 공격헬기 4대를 아프간에 선물했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가 갑자기 무너지고 탈레반이 현지를 장악하면서 인도 당국에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와중에 스타니크자이가 지난달 28일 "인도는 이 지역에서 매우 중요하고, 우리는 인도와 무역과 경제 관계를 원한다"며 "우리는 이전과 같은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면서 양측의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스타크자이는 1980년대 아프간 장교 자격으로 인도군에서 훈련을 받은 인물로 인도 사정에 정통한 탈레반 고위 인사로 꼽힌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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