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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슈 '징벌적 손배' 언론중재법

유엔 “언론중재법, 표현의 자유 침해… 대선 앞둬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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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비판도 확산

인권사무소, 특별보고관 서한 공개

“시민·정치적 권리 규약 19조 위배

징벌적 배상 요건 모호하게 적시”

정부, 논의 지켜본 후 서한 답변

언론5단체 “여야 협의체 편향 우려

독립적인 사회적 합의기구 필요”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위한 협의체 구성, 9월 27일 본회의 상정 등의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가운데는 박병석 국회의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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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관해 유엔 특별보고관이 한국 대선을 앞두고 표현의 자유 침해가 우려된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국내 언론 5단체는 정치권을 향해 “밀실 협의를 멈추라”고 요구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1일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개정안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19조에 위배된다고 봤다. 19조는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은 1990년 이 규약에 가입해 준수 의무를 지고 있다.

19조3항은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상황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및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공중보건, 도덕의 보호’를 위한 경우로 한정된다. 칸 보고관은 개정안이 △적법성 △필요성 △비례성 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적법성 면에서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ICCPR 19조를 어기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정부에 과도한 재량을 부여해 법의 임의적 시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안의 필요성 면에서는 개정안 30조의2를 꼽으며 “(징벌적 손해배상 요건이) 모호한 언어로 적시돼 있어 정부나 정치인, 공인에 대한 비판 등 민주주의 사회에 필요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칸 보고관은 특히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보의 자유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에 이런 우려는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비례성 면에서도 개정안 30조의2의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 “완전히 불균형적”이라고 꼬집었다. 칸 보고관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언론사가 자체 검열을 할 수 있고, 공적 문제에 대한 토론이 억압될 수 있다”며 “(고의·중과실 추정으로) 취재원을 누설하도록 강요받을 수 있고,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서한을 마무리하며 칸 보고관은 한국 정부의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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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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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한은 외교부를 거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좀 더 논의되기로 한 상태이니 그 결과를 지켜본 후 유엔 인권사무소 서한에 대한 답변을 검토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언론 현업 단체들은 이날 개정안과 관련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밀실 협의 중단 및 사회적 합의 시작을 촉구했다. 앞서 두 당은 전날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다음달 27일로 미루고 8인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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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현업 5단체 주최로 열린 ‘언론중재법의 사회적 합의를 위한 독립 기구 제안’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 5개 언론단체는 성명을 통해 “여야 4+4 방식의 협의체는 결국 중대한 언론 문제를 자신들의 이익과 요구를 관철시킬 추종자들로 채울 것이며, 현업 언론인과 언론 전문가 등은 철저하게 배제될 것”이라며 “이미 누더기가 된 법률 개정안의 미세조정을 두고 힘겨루기만 하다 파행으로 끝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단체, 언론학계, 법조계, 언론현업단체로 구성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 위원회’를 사회적 합의기구로 제안했다. 이들 단체는 “언론 보도 피해 유형의 구체적인 분석, 언론중재법을 비롯한 민법·형법 등 규제·중재체제의 한계, 언론노동자와 시민의 상호 이해를 도모할 중재 절차, 충분한 경제적·비경제적 피해 배상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정치적 후견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시민사회단체, 학계, 그리고 법조계에 간곡히 호소한다.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로운 공론장 ‘언론과 표현의 자유 위원회’에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드린다”고 청했다.

이지민, 박성준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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