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대변인 "일대일로 사업 참여 희망"
중국 정부도 "탈레반의 참여 의지 주목"
러시아·터키·카타르도 협력 국가로 꼽아

탈레반 전사들이 2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주변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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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손에 넣은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중국에 적극적 구애를 시작했다. 국제사회 원조 없이는 회복이 어려운 아프간 경제를 되살리려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정부 역시 "아프간의 일대일로 참여 의사를 주목한다"며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 탈레반과 중국의 밀착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우리의 핵심 파트너이며 우리에게 근본적이고 특별한 기회를 제시한다"며 "그들은 아프간에 투자하고 재건할 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고대 실크로드를 되살릴 수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매우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사업 참여 의지를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부터 추진한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 사업이다. 철도, 항만, 고속도로 등을 비롯한 수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이 그 골자다. 최근 호주 등 일부 국가가 참여를 철회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일대일로의 핵심 길목에 있는 아프간이 참여한다면 사업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우리는 매우 풍부한 구리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의 투자가 있다면 광산들이 되살아나고 현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을 "세계 시장으로 가는 통행증"이라고 비유하면서 치켜세우기도 했다.

중국은 탈레반의 일대일로 참여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면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아프간 탈레반이 외국 투자자에게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고 '일대일로'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밝힌 것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간 정세가 장기적인 평화와 안정을 이루기를 희망한다"며 "이는 다음 단계의 대외협력을 위한 전제이며 각국 기업이 아프간에 투자하는 기초가 될 것"라고 덧붙였다.

한편 무자히드 대변인은 중국 이외에도 러시아, 카타르 등을 아프간에 협조할 국가로 꼽았다. 국제사회에서 아프간을 위해 중재에 나설 수 있는 국가로는 러시아를 규정했고, 카타르와 터키의 도움이 있다면 카불 공항 운영을 재개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